[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장항준 감독이 쏘아 올린 한 편의 영화가 극장가를 넘어 지역 관광까지 뒤흔들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가 하루 65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800만을 넘어 1000만을 향한 질주에 돌입했고, 영화의 배경인 영월 청령포에는 실제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단종앓이' 신드롬이 전국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지난달 28일 하루 65만5717명을 동원, 누적 관객 수 766만7218명을 기록했다. 개봉 4주 차에 접어든 작품의 일일 스코어로는 이례적인 수치다. 이미 손익분기점 260만 명을 훌쩍 넘어선 상태에서 3·1절 800만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흥행 속도 역시 가파르다. 개봉 5일째 100만, 12일째 200만을 돌파한 뒤 14일째 300만, 15일째 400만, 18일째 500만, 20일째 600만, 24일째 700만을 찍었다. 그리고 개봉 26일째 800만 돌파까지 예상되며 기록 '도장깨기'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1000만 레이스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실시간 예매율도 압도적이다. 이날 오전 기준 '왕과 사는 남자'는 70%대 예매율을 유지하며 경쟁작을 크게 따돌렸다. 전국 극장가에서는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주요 상영관은 사실상 '왕과 사는 남자' 중심으로 편성될 정도다. 침체됐던 극장가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는 평가다.
흥행의 배경에는 장항준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진정성이 있다. 촌장 엄흥도 역을 맡은 유해진과 어린 선왕 이홍위 역의 박지훈이 보여준 섬세한 감정선이 관객들의 '단종앓이'를 이끌어냈다는 반응이다.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영월 생활을 그린 서사가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을 만들어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스크린을 넘어선 파급력이다. N차 관람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객들은 영화의 여운을 따라 실제 단종이 머물렀던 영월 청령포를 찾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 흥행 이후 청령포 관광객 수가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영화 관람 인증샷과 함께 청령포 현장 사진이 잇따라 올라오며 또 다른 화제를 낳고 있다.
단종과 관련된 지자체들 역시 관광 홍보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영화 한 편이 역사적 장소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연결되는 문화 현상으로 확장된 셈이다. 단순한 흥행을 넘어 '현실로 이어진 콘텐츠 파워'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2위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가 차지했다. 같은 날 4만여 명대를 동원하며 누적 170만 명대를 기록했지만, '왕과 사는 남자'의 독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중위권 작품들과의 격차도 크게 벌어져 당분간 박스오피스 판도는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죽지 않은 한국 영화의 저력을 증명하며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지역 관광까지 들썩이게 만든 '왕과 사는 남자'. 3·1절 800만 돌파를 넘어 1000만 관객 달성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