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돌입하면서 이란에서 뛰는 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수비수 이기제(메스 라프산잔)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5년을 끝으로 수원 삼성과 계약이 만료된 이기제는 지난 1월 돌연 이란 페르시안 걸프 프로리그(1부) 소속 메스에 입단해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이란이 미국, 이스라엘의 견제와 자국 내 반정부 시위 등으로 정세가 불안정한 상태였지만, 해외 진출에 대한 열망으로 이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 이기제는 소속사를 통해 "이란의 복잡한 상황 때문에 걱정하는 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합류해 훈련을 소화하면서 별다른 어려움은 느끼지 못했다. 구단에서도 팀 안착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라고 우려를 불식했다.
이기제는 라프산잔에 입단 후 지난달 22일 트락토르와의 리그 17라운드에서 왼쪽 미드필더로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조바한, 샴스 아자르, 에스테그랄 쿠제스탄, 파이칸 등과의 경기에 연속해서 출전했다. 지난 22일 에스테그랄FC전에는 교체명단에 포함됐으나 경기에 투입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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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빠르게 팀과 리그에 적응한 이기제는 29일 알루미니움 아락과의 홈 경기도 정상적으로 준비했다. 라프산잔이 27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린 선수단 훈련 사진에 이기제도 담겼다.
하지만 경기 하루 전, 현지 정세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 협상이 교착되면서 소위 '장대한 분노 작전'이라고 명명한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펼치고, 이란이 즉각 반격에 나서면서 중동전쟁 발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란뿐 아니라 인근 중동 지역에도 포탄이 날아들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수도 테헤란 등지에 미사일을 폭격했다. 다행히 이기제가 머무르는 라프산잔은 테헤란에서 약 1000km 떨어져있다. 이기제측은 "이란내 인터넷과 국제전화가 다 끊긴 상황이다. 다행히 이란내에서 이란폰끼리 통화가 가능하다. 현지 에이전트와 주이란 대사관을 통해 이기제가 라프산잔에서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해들었다. 마침 홈 경기 일정이어서 이틀 전에 테헤란을 떠나 라프산잔에 머무르고 있던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ANA 통신'에 따르면, 이란 프로리그는 킥오프 몇 시간 전에 갑자기 중단됐다. 이란 리그가 중단된 건 지난해 6월 이란과 이스라엘의 '12일 전쟁' 이후 약 8개월만이다.
스페인 일간 '아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국가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이 출국을 시도하거나 이미 출국했다"라며 긴장감이 극에 달한 이란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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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던 골키퍼 안토니오 아단(에스테그랄)은 다행히 이란 영공이 폐쇄되기 전 이란을 떠났지만, 바르셀로나 출신 공격수 무니르 엘 하다디(에스테그랄)는 테헤란 공항에 발이 묶였다. '아스'는 "엘 하다디의 가장 유력한 탈출 경로는 육로를 통해 튀르키예로 향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뛰는 포르투갈 축구의 전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도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도 큰 폭발음이 들렸다. 리야드는 호날두 소속팀 알 나스르의 연고지로, 호날두 등 팀 선수들이 머무르는 지역이다. 알 나스르는 1일 알 파이하와 사우디프로리그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외교부는 28일 이란과 이스라엘 내 대한민국 국민 피해는 없으며, 교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대한민국과 바레인의 경기. 이기제가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도하(카타르)=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1.15/
한편, 국제축구연맹(FIFA)도 이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티아스 그라프스트룀 FIFA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웨일스 카디프에서 열린 IFAB 연례 총회에서 "오늘 아침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이란 관련 뉴스를 접했다. 자세한 언급은 시기상조이지만, 우리는 전 세계 모든 사안에 대한 상황 전개를 주시할 것이고, 모든 팀이 안전하게 월드컵에 참가하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이란은 아시아 지역예선을 통해 오는 6월 개막하는 북중미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란의 조별리그 두 경기는 미국 LA, 한 경기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다. 현 상황에서 트럼프 미 정부가 이란 선수단의 방미를 허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번 사태는 어떤 식으로든 축구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