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빛의 그저, 빛> 한국 예능의 위상이 글로벌로 뻗어 나가는 지금, 정빛 기자가 반드시 비추어 보아야 할 '예능 스타'를 환하게 조명합니다.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전현무라는 '장르'가 지치지 않는 이유.
대한민국 TV를 켜면 어디에나 그가 있다. 아침 뉴스 앵커 출신이 예능의 정점에 서기까지, 전현무의 연대기는 단순히 '프리 선언'의 성공 사례로 치부하기엔 그 궤적이 너무나 독보적이다.
흔히 예능인은 '이미지 소비'를 두려워한다. 너무 자주 나오면 질리고, 너무 많이 보여주면 밑천이 드러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현무는 이 공식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그는 소비됨으로써 오히려 재생산되는, K-예능의 '무한 동력' 같은 존재다.
특히 전현무의 가장 큰 미덕은 '엘리트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용기'에 있다. 아나운서라는 단정한 외피를 입고 '깨방정' 춤을 추던 시절부터, 그는 대중이 자신을 비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웃음의 포인트가 어디인지 정확히 짚어내고, 기꺼이 자신을 희화화의 제물로 바친다.
그리고 전현무의 진행에는 '맥락'이 있다. 수많은 출연진의 캐릭터를 단숨에 파악해 '별명'을 붙여주고, 소외된 이 없이 토크의 흐름 속으로 끌어들이는 능력. 이는 단순히 재치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철저한 모니터링과 공부가 뒷받침된 데이터베이스가 그에게는 존재한다.
이러한 노련함이 가장 극대화되는 지점은 역시 '음악 예능 전문 MC'라는 점이다. 2012년 '히든싱어' 첫 시즌부터 무려 14년째 마이크를 잡고 있는 전현무는 최근 여덟 번째 시즌으로 돌아와, 왜 자신이 '대체 불가 MC'인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지난 7일 방송된 '히든싱어8' 윤하 편도 마찬가지다. 전현무는 판정단과 관객의 심리를 정확히 간파해 시즌 사상 최초로 'MC 직권 1라운드 다시 듣기'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끌어냈다. 확신과 의심 사이를 오가는 특유의 '밀당 진행'으로 현장의 텐션을 조율하고, 긴장한 원조 가수에게는 따뜻한 응원을 건네는 완급 조절. 이는 프로그램의 구조를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터줏대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마스터클래스'였다.
사실 지금의 전현무를 이해하려면, 그의 출발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KBS 공채 32기 아나운서로 입사한 전현무는 '생생정보통', '스타 골든벨', '비타민' 등에서 이른바 '아나테이너'로 자리를 잡았다. 예능에 더 끌렸던 그는 2012년을 마지막으로 프리 선언을 하며, KBS를 떠났다. 무엇보다 퇴사 당일 마지막 생방송이 끝난 뒤 울먹였다는 건, 그게 포기가 아니라 도약이었다는 걸 본인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도약은 숫자로 증명됐다. 2017년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아나운서 출신 최초 지상파 대상'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2024년 세 번째 MBC 대상에 이어 2025년에는 친정 KBS에서도 대상을 거머쥐었다. 복수의 방송사에서 대상을 거머쥔 MC, 이제 전현무는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준 '무스키아'와 '무든램지'는 그의 인간적인 매력을 배가시켰다. 남이 하면 '잘난 척'으로 보일 법한 취미 생활도 전현무가 하면 묘하게 '허술한 도전기'가 된다. 그림을 잘 그려서가 아니라,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그 순수한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내기에 시청자는 그를 응원하게 된다.
진짜 무서움은 '장수'에 있다. '나 혼자 산다'(2013~), '프리한 19'(2016~), '전지적 참견 시점'(2018~),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2019~)까지. 그는 한 번 맡은 프로그램을 단순히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자신의 캐릭터를 변주하며, 매 시즌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여기에 '톡파원 25시'(2022~), '아빠하고 나하고'(2023~), '전현무계획'(2024~)은 물론, '팬텀싱어', '티처스', '아이돌스타 선수권 대회(아육대)' 시즌들까지. 전현무의 시간은 장르와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확장 중이다.
논란 앞에서의 태도 역시 전현무를 설명하는 지점이다. 전현무는 자신을 둘러싼 오해나 실수 앞에서도 결코 숨지 않는다. 오히려 군더더기 없는 '정면 돌파'를 선택하며 대중의 신뢰를 회복해 왔다. 최근 불거진 여러 이슈 속에서도 그는 즉각적으로 사과하고, 추가 해명을 통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연예인으로서 감추고 싶을 법한 사적인 내역까지 가감 없이 드러내며 사실관계를 증명한 그의 행보는 해명을 넘어, 진정성으로 대중을 설득시킨 분위기다.
그 노련함은 실수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능 현장에서 발생한 표현의 적절성 논란에 대해서도 전현무는 즉각 고개를 숙였다. 책임을 회피하기보다 통감하며 신속하고 명확하게 사과했다. 이는 그가 왜 오랜 시간 정상을 지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를 행동으로 책임지는 성숙한 자세는 전현무라는 MC의 자격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여기에 동료들과 함께 바자회를 열고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며 조용히 마무리하는 방식까지.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다.
전현무의 '무(武)'는 멈추지 않는 도전이며, 그의 '무(無)'는 경계 없는 변신이다. 대한민국 예능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도 우리는 아마 전현무라는 익숙하고도 새로운 즐거움과 함께할 것이다. 2026년에도 선한 에너지를 전하겠다는 그의 다짐처럼, 전현무라는 이름은 여전히 '그저, 빛'이다.
"남들을 웃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저를 보며 흐뭇해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6년에는 더 바르고 좋은 사람이 되어 선한 에너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2025 KBS 연예대상 수상 소감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