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오월 영령에 바치는 카네이션·우유팩 국화…미래세대 추모 행렬

기사입력 2025-05-16 13:34

5·18민주화운동 45주년 앞두고 어린이·학생들 참배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카네이션을 바칩니다."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이틀 앞둔 16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궂은 날씨에도 각화중 등 광주·전남 20개 중·고교 학생 518명의 손에는 우산이나 국화 대신 붉은 카네이션 화분이 들려있었다.

일부 학생은 가랑비에 소중한 카네이션이 젖지 않도록 화분을 꼭 끌어안으며 묘역으로 가는 출입구인 민주의 문으로 향했다.

추념문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맞춰 님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오자 학생들의 표정에는 경건함이 묻어나왔다.

학생들은 묵념과 분향 후 1·2묘역에 안장된 오월 영령에게 조심스레 카네이션을 바치고 눈을 지그시 감으며 넋을 기렸다.

이날 고 김주열 열사 묘비 앞에 카네이션을 놓은 김효정(각화중 2학년) 양은 "민주화를 위해서 얼마나 힘들게 싸웠을지 상상이 잘 안된다"며 "부모님과 스승님처럼 존경스러운 분들이라고 생각해 카네이션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월 영령을 추모하기 위한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한 아이는 수 백개에 이르는 묘비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엄청 많다"고 놀라워하기도 했다.

이날 인양유치원 어린이 20여명은 열사들의 묘역에 나란히 서서 우유팩으로 만든 국화를 놓았다.

어린이들을 인솔하던 한 교사는 "아이들이 아직 민주화나 투쟁의 의미를 이해하기는 어린 나이지만 매년 오월이 되면 민주묘지를 찾아 추모의 시간을 갖는다"며 "자신이 먹은 우유팩으로 만든 소중한 국화를 건네며 감사의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날 참배객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리움을 가득 안고 민주묘지를 찾은 유족도 있었다.

손자와 함께 5·18민주묘지를 찾은 이계현(72)씨는 부모님이자 오월 열사인 최화진·이옥단의 묘 앞에서 참배한 뒤 한참이나 자리를 지켰다.

이씨는 "먼 서울에서 광주까지 오는 발걸음이 쉽지 않아 매년 찾아뵐 수 없어 죄송한 마음이다"며 "처음으로 손자와 함께 민주묘지를 찾았다. 5·18의 역사는 물론이거니와 증조 할머니·할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었는지 꼭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in@yna.co.kr

<연합뉴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