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대해 팬들에게 묻자 모두 하나같이 엄지를 치켜올렸다. 인구 7만명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인 도스시는 그의 지휘아래 축구도시가 됐다. 2012년 사간도스의 평균 관중은 무려 1만1991명에 이른다. 29일 대전 시티즌과 사간도스의 연습경기가 펼쳐진 베스트어메니티 경기장은 평일 낮이었음에도 7~800명의 관중이 찾아왔다. 사간도스의 올시즌 첫 연습경기였다. 그가 인사를 건내자 팬들은 힘찬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그가 사간도스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꾀돌이' 윤정환 감독(40)이었다.
윤 감독은 2012년 기적을 연출했다. J2-리그에서 승격하자마자 팀을 J1-리그 5위로 이끌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눈 앞에서 고개를 떨궜지만, 아무도 사간도스를 실패라 하지 않았다. 사간도스는 시즌 전 전문가들이 꼽은 강등 1순위였다. 사간도스는 연봉총액이 51억원에 불과한 약소클럽이다. 이렇다할 스타도 없었다. 그러나 사간도스는 윤 감독의 지휘아래 '강팀 킬러'로 변신했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조직축구는 사간도스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J-리그 관계자들은 사간도스의 돌풍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그 주역인 윤 감독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윤 감독은 일본언론으로부터 '괴물'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사간도스도 윤 감독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며 일찌감치 재계약을 마쳤다.
기대 밖의 대선전에 모든 사람들은 더 높은 곳을 노래했다. 그러나 윤 감독은 냉정했다. 그는 다음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J1-리그에 잔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작년 성적은 만족정도가 아니다. 모두가 기적이었다고 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준 결과다. 그러나 냉정히 우리의 객관적 전력은 그 정도가 아니다. 다음 시즌에 더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지만, 만만한 팀이 없기에 잔류도 쉽지 않은 목표다"고 했다. 윤 감독은 성공 뒤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 발빠르게 준비에 나섰다. 그는 작년보다 축구의 질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감독은 "물론 팀을 바꾸는 작업은 어려운 일이다. 공격적인 축구를 얘기하지만 현재 여건에서는 쉽지 않다. 그래도 꾸준히 준비하다보면 공격적인 상황에서 올해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어느덧 외국인 감독 3년차다. 윤 감독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선수시절부터 일본에서 활약해 원어민 수준의 일본어를 구사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바로 말이 튀어나오지 않아 힘들때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이제는 선수들이 그의 혹독한 훈련에 어느정도 적응해 편해진 점도 있다. J-리그에 있지만 그는 여전히 '한국' 감독이었다. '절친' 최용수 FC서울 감독의 우승소식에 바로 전화를 걸었고, K-리그의 승강제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J-리그 감독으로 보는 한국축구가 궁금했다. 그는 "ACL에서 K-리그 팀들이 계속 우승을 차지해 J-리그 팀들이 견제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자기들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젊은 선수들의 계속된 J-리그 진출 러시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그는 "올해도 많은 한국선수들이 일본으로 들어왔다. 안타깝다. 축구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외국인선수기 때문에 일본선수들보다는 제한된 기회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재능있는 선수들인만큼 K-리그를 더 활성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라 아쉽다"고 했다.
그의 꿈은 모든 감독이 그렇듯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것이다. "언젠가는 할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다"고 했지만 그는 한걸음씩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윤 감독은 "대표팀에 가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 결과와 실적없이는 오를 수 없는 곳이다. 결국 현재 있는 곳에서 더 열심히,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한 정답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