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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본 사이에 훌쩍 더 큰 느낌이었다. 속이 더 깊어졌다.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이 묻어있었다. 그 나이에 그정도의 활약을 하는 선수라면 으례 있을법한 오만함도 없었다. 형식적이 아닌 진실된 겸손이 느껴졌다. 독일을 강타하고 있는 '손세이셔널' 손흥민(21·함부르크)이다.
본론부터 꺼냈다. 이적에 대해 물었다. 손흥민을 놓고 유럽의 각 클럽이 영입 전쟁을 펼쳤다. 토트넘은 1000만 파운드라는 거액을 들고 왔다. 리버풀과 첼시도 뭉치돈을 들고 손흥민 영입에 뛰어들었다. 21세 어린 선수의 가능성을 높이 봤다. 손흥민의 이적 여부는 국내 뿐만이 아니라 유럽의 현지 팬들에게도 관심거리였다. 1월 31일로 겨울 이적시장이 문을 닫았다. 손흥민이 내린 결론은 잔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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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표팀에서의 손흥민은 아쉬움이 크다. 소속팀만큼의 활약은 보이지 못했다. 아직 1골에 그치고 있다. 일단 손흥민은 A대표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중요하고 큰 일이다"면서 "대표팀에 오면 잘하고 싶은데 이제까지는 부진했다. 더욱 많은 노력을 통해 안 좋은 부분들을 고치고 싶다"고 했다.
현재 최강희 감독은 손흥민을 놓고 고민 중이다. 소속팀처럼 최전방 투톱으로 세우려니 이동국(전북)과 박주영(셀타비고)이 걸린다. 둘은 경험면에서 손흥민을 앞선다. 좌우 사이드로 빼려니 이청용(볼턴)과 김보경(카디프시티)이 있다.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한다.
손흥민은 A대표팀 내 자신의 포지션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특별히 좋아하는 혹은 싫어하는 포지션은 없다. 감독님이 결정해주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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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했다. 스물한살답게 숨기는 것이 없었다. 솔직한 대답 가운데는 웃음 터지는 것도 있었다.
지난달 27일 베르더 브레멘을 상대로 넣은 7호골은 대단했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제친 뒤 오른발로 감아찼다. 볼은 강하게 휘면서 골문을 흔들었다. 상대 골키퍼가 손쓸 수 없는 골이었다. 비결을 물었다. 손흥민은 "솔직히 말해도 괜찮냐"고 말한 뒤 "70%는 운이었다"고 했다. 취재진 모두 웃음이 터졌다.
손흥민의 솔직한 답은 이어갔다. "내가 골을 넣고도 놀랐다"고 말한 뒤 "사실 패스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슈팅을 때렸다. 무의식 중이었나보다. 경기 끝난 뒤 팀동료들이 나보고 '미쳤다'고 하더라"고 했다.
솔직한 답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유명세를 느낀 적이 있냐'고 물었다. 올시즌부터 유명해졌다는 것을 느꼈단다. 그러면서 "사실 내가 아닌척 해본 경험이 있다"고 토로했다. 손흥민은 "약속이 있어서 바쁘게 가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함부르크의 손흥민이 아니냐'고 묻더라. 약속 시간이 코앞이라 그 분께 '그 손흥민은 아니다.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는 한다'고 말하고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거짓말을 고백한 손흥민은 "서양인들은 동양인들의 얼굴을 잘 구별하지 못하더라. 앞으로도 가끔씩 써먹어야겠다"면서 웃었다.
말로우(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