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비슷한 정 훈과 정 혁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지션도 똑같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팀에 헌신하는 플레이스타일도 비슷하다.
인천을 떠나 올시즌 전북의 녹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정 혁이 정 훈의 공백을 메우며 전북의 '중원 사령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전북에서 단 번에 주전자리를 꿰찼다. 올시즌 전북의 10경기 중 9경기(아시아챔피언스리그 포함)를 소화하며 새 둥지에 연착륙했다. 그의 활약은 음지에서 더욱 빛난다. 정 훈의 입대 공백으로 생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가 주 포지션이지만 오른쪽 측면 수비수들이 줄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사이 그는 풀백까지 소화했다. 전북에서 정 혁은 '희생'의 아이콘으로 떠 올랐다.
그러나 주전으로 올라서기까지 그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인천 시절 정 혁은 공격형-수비형 미드필더는 물론 윙어에 전담 키커 자리까지, 전천후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과거는 잊었다. 정 혁은 "인천에서는 남일이형, 기현이형과 함께 많은 주목을 받았다. 내가 무엇을 해야 경기에 이길 수 있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그러나 전북에서는 능력있는 선수들이 워낙 많다. 내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파비오 전북 감독 대행도 "정 훈이 그 역할을 해줬다. 정 훈보다 기술이 좋으니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이다. 수비력만 잘 보여준다면 팀이나 팬들에게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힘을 북돋아줬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음지다. 그는 "전북에서 내가 해야 할 부분을 찾았다. 굳이 내가 해결할 필요가 없으니 보이지 않게 굳은 일 다하고 희생하는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 부분은 전담 키커의 자리를 잃은 것이다. 파비오 감독 대행도 그의 킥 능력을 인정했지만 전북에는 넘기에 너무 높은 벽이 있었다. 에닝요다. 그는 "프리킥 연습은 계속 하고 있는데 워낙 에닝요의 킥이 좋아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래도 언제든 필요할지 모르니 계속 준비는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동료들 사이에서 그는 '행운아'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프로 생활을 하며 한국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꼽히는 김남일(36·인천)과 김정우(31·전북)을 연속으로 파트너로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는 "나도 신기하다. 남일이형에게는 수비적인 부분을, 정우형에게는 축구 센스를 보고 배우고 있다. 두 선배에게 감사한 마음 뿐"이라면서 "전북이 초반에 실점이 많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2선에서 미드필더를 장악해야 한다. 더 배우고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전주대를 졸업한 그는 다시 전주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맞았다. 대학 시절 선망했던 팀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 이제는 전북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 차례다. 그래서 정 훈과 비슷한 듯 하지만 그 속에서 '다름'을 찾기위해 분주히 뛰고 있다. 그는 팬들이 '이름 때문에 정 훈으로 헛갈릴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외모가 다르다(웃음)"면서 "활동량이 많은 스타일이라 비슷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그 역할 이상을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스타일로 많이 뛰면서 공격수들에게 공을 연결하는 부분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항상 수비형 미드필더로 해야 할 일을 연구하고 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감독님이나 팬들의 믿음에 보답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