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무앙통 이기고도 씁쓸한 뒷맛 '험난한 16강행'

기사입력 2013-04-24 22:34


무앙통전에서 페널티킥 선제 결승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이동국. 사진제공=전북 현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때로 원수를 응원해야 할 때도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5차전에서 16강 진출 확정을 노리던 전북 현대가 그랬다. 30분 먼저 경기를 끝낸 전북은 경기가 끝난 뒤 쉴틈 없이 우라와 레즈와 광저우 헝다의 경기를 지켜봤다. 파비오 전북 감독 대행은 공식 인터뷰조차 우라와-광저우전이 끝난 뒤 가졌다.

지난해 광저우와의 홈경기에서 1대5로 패하며 ACL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던 전북이 '원수'인 광저우를 응원했다. 경기전부터 전북이 무앙통을 이기고 광저우가 우라와를 꺾는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렸다.

아쉽게도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전북이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CL F조 5차전에서 태국의 무앙통 유나이티드를 2대0으로 제압했다. 승점 9(2승3무)를 얻은 전북은 F조 2위를 지켜냈다.

무앙통전은 무조건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 전북의 승리 의지는 선발 출전 명단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근 3~4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면서도 주전들을 모두 투입했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동국이 최전방에 자리했고 에닝요 이승기 박희도가 2선 공격을 책임졌다. 경고누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정 혁과 임유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서상민을 제외하고 최정예 멤버가 무앙통전에 나섰다. 경기는 '닥공' 그대로 전북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진행됐다. 무앙통이 밀집수비로 맞섰지만 전북의 닥공은 더 힘을 냈다. '라이언킹' 이동국이 첫 포문을 열었다. 후반 10분,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마무리하며 굳게 닫혀 있던 무앙통의 골문을 열었다. 이동국은 이날 득점으로 ACL 통산 20호골 기록을 완성했다. 우라와 원정에서 1골을 넣은 감바 오사카의 레안드로를 제치고 ACL 통산 득점 1위로 올라선 이동국은 이날 골로 아시아 최고 공격수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했다. 3분 뒤 터진 박희도의 추가골로 전북은 2대0 완승을 거뒀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을 오래 누리지 못했다. 승리를 하고도 씁쓸했다. 30분 뒤 끝난 우라와-광저우전에서 우라와가 3대2로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우라와는 승점 3을 추가하며 승점7(2승1무2패)로 전북을 바짝 추격했다. 광저우가 최소한 무승부만 거뒀어도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할 수 있었던 전북은 아쉬움이 더 컸다. 전북의 16강 진출 여부도 6차전 경기 결과에 따라 달라지게 됐다.

무앙통전 승리에도 전북은 오히려 세 가지 악재에 시달리게 됐다. 전북의 최종전 상대는 F조 1위(승점 10·3승1무1패)인 광저우다. 부담스러운 원정 경기다. 반면 우라와는 최약체인 무앙통을 상대한다. 우라와가 최종전에서 승리를 한다면 전북은 16강 진출을 위해 광저우를 상대로 최소한 무승부를 거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비길 경우 전북과 우라와는 승점 10으로 동률을 이루지만 전북이 승자승 원칙(전북-우라와 1승1무)에 따라 16강행 티켓을 따낼 수 있다.

16강행을 조기 확정한 뒤 27일 안방에서 열리는 포항과의 K-리그 클래식 9라운드에서 총력전을 펼치려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1일 광저우에서 열리는 최종전 대비를 위해 포항전에 전력투구하기도 어렵게 됐다. 주전들의 줄부상도 걱정거리다. 무앙통전에서 전북의 중앙 수비수 정인환이 코뼈를, 김정우가 종아리 근육을 다쳤다. 박원재는 눈 부위가 찢어졌고 박희도는 광저우전에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상처가 큰' 승리였다. 파비오 전북 감독 대행은 "부상 선수들이 많아 걱정이지만 광저우전에서 승점 3점을 따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며 16강 진출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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