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램파드 없었으면 진짜 어떡할 뻔했나

최종수정 2013-05-13 15:50

ⓒ 첼시 공식 홈페이지 캡처

로만은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했다. 램파드가 팀을 떠난다는 보도가 공공연히 나왔던 이후 첼시의 행보? 진짜 이 선수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나 싶다. 이번 애스턴 빌라전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한계치를 실험하는 듯했던 살인 일정 속, 적잖은 공을 들여왔던 유로파리그 결승이 코앞이었다. 그렇다고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위한 리그 경쟁을 만만히 볼 수도 없었다. 상황이 이러하자, 이번 경기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 외 '빠른' 승리로써 숨을 돌리고 가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됐다. 하지만 전반 14분 벤테케에게 선제골을 내준 데다 하미레즈까지 퇴장당했다. 최악으로 치달을 뻔한 시나리오, 이를 완전히 뒤집어 놓은 주인공은 램파드였다.

램파드의 가치를 따져보기 위해선 다비드 루이스-하미레즈로 중원을 꾸린 지난 주중의 토트넘전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맞불을 놓으려 했던 토트넘을 상대로 첼시의 1.5선이 전방 압박을 가해 부담감을 안겨주고, 밑에 위치한 하미레즈가 기동력으로 승부하며 수시로 올라갔고 다비드 루이스는 그 뒤를 받치는 형태를 보였다. 두 선수 모두 전문적인 중앙 자원이 아니었던 만큼 해당 진영에서의 역할 소화에 대해 완벽하다고까지 평할 수는 없겠으나, 올 시즌 개막 직전 메이렐레스까지 내보낸 첼시 중원의 운영에서 차선책치고는 제법 괜찮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들이 열심히 뛰어주는 만큼 팀은 탄력을 얻었으니 말이다.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둘 것으로 예상된 빌라를 상대로는 램파드-하미레즈 조합이 출격했다. 하미레즈가 아래에서 중앙 수비 앞 공간을 커버했고, 램파드는 마타가 버티는 1.5선까지 전진했다. 램파드는 패스의 물꼬를 트는 것 외 경기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까지 해냈는데, 이처럼 전문적인 컨트롤 타워를 세워놓고 뛰는 경기는 한층 더 높은 퀄리티를 기대할 수 있다. 마타, 아자르, 오스카 등 첼시의 자랑인 1.5선의 폭발력을 배가시킬 수 있고, 전체적인 운영도 매끄럽게 가져갈 수 있는 셈.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볼의 흐름과 선수들의 움직임이 얼마나 유기적이냐를 따져본다면 램파드가 뛰는 경기들이 한결 더 낫다는 생각이다.


ⓒ SBS 중계화면 캡처
미드필더 진영에서 경기를 조율하면서도 수시로 높은 곳까지 올라가 스트라이커 향기까지 팍팍 내던 골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빌라는 전방의 벤테케, 좌우의 아그본라허와 바이만 정도를 제외하면 중원부터 움츠러들곤 했는데, 이를 제대로 뚫어낸 것이 램파드의 왼발에서 터진 중거리 슈팅이었다. 여기에다 아자르-마타-모제스의 1.5선이 폭넓게 후방과 측면을 오갈 때, 그 빈곳으로 들어가 직접 해결하는 능력은 후반 막판에도 빛을 발했다. 위의 캡처 화면에 표기한 ①→②→③의 단계야말로 '왜 램파드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제시해줄 수 있을 터. 두 팀이 각각 15개씩의 슈팅을 시도했던 이번 경기에서 가장 많은 슈팅 6개를 기록한 것도 이러한 공격적인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하미레즈, 다비드 루이스와 차별화된 부분도 바로 이것이다.

'로만의 팀'이라 해도 무방할 첼시로선 램파드 재계약 여부를 앞두고 중대한 기로에 선 것은 아닐까 싶다. '금방 끓고 금방 식는 냄비의 팀'이 되느냐, 아니면 '진득하니 오랫동안 온기를 유지하는 뚝배기의 팀'이 되느냐의 갈림길 말이다. 이 선수와의 재계약이 고민된다면 이적설이 난무하던 지난겨울부터의 행보를 되짚어보시라. 램파드가 곧 첼시이고, 첼시가 곧 램파드였던 순간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연봉이 부담된다, 나이가 많다, 활동량이 떨어졌다'는 이유들로 내치기엔 잃는 것이 상당히 많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을 일. 팀을 스쳐 가는 유명 선수들을 비싼 돈 들여 사모으는 것도 필요는 하겠으나, 어쩌면 그보다 중요한 게 주인 의식을 지닌 터줏대감으로서 팀의 상징적인 존재가 될 레전드 선수를 제대로 대접하는 것 아니겠는가.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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