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무의미한 설전' 대표팀, 곪아 터진 상처 치유하자

최종수정 2013-07-05 09:15

최강희호가 10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11일 열리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 우즈베키스탄과 경기를 앞두고 막바지 훈련에 임했다. 훈련을 앞두고 최강희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상암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6.10

오해가 또 다른 오해를 낳고, 말이 말을 부른다.

눈덩이처럼 커진 의혹이 언론의 '확대 재생산'을 통해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대표팀을 둘러싼 트위터 얘기다.

최강희 전 A대표팀 감독의 인터뷰에 이어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윤석영(QPR)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항명성'으로 오해받을 행동을 했다. 동시에 대표팀 불화설도 재점화됐다. 그러나 진실은 이미 산 너머 강건너 물건너 간 느낌이다. 본질에서 벗어난 온갖 억측이 불화설을 활활 타오르게 하고 있다. 최 감독의 부적절한 발언과 어린 선수들의 섣부른 판단이 부른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상황의 전개를 살펴보자. 지난 6월 1일 기성용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리더 자격'을 운운했다. 당시 기성용은 부상으로 최강희호에 합류하지 못했다. 상황이 맞물렸다. 최 감독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기성용은 '교회 설교의 일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말을 꺼낸 것 부터가 잘못이다. 좀 더 생각했다면, 하지 말아야 했다. 최 감독과 지난 1일 전주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 감독이 트위터 논란에 대해 "기성용=비겁"이라고 발언한 것처럼 알려졌다. 사실과 달랐다. 기자는 인터뷰 녹취 음성을 다시 들어봤다. '비겁'이란 단어는 '감독이 선수를 길들이는 방법'에 대한 일반적인 예시를 설명하던 도중 사용됐다. "(선수 길들이기) 그건 비겁하다"라는 얘기였다. 기성용의 트위터 글을 겨냥한 말이 아니었다.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성용은 3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탈퇴했다.

최 감독의 '혈액형 발언'은 부적절한 면이 있었다. "그냥 이거는 웃자고 하는 소리다"라며 한 얘기다. 농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건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일부 선수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윤석영이 3일 자신의 트위터로 반응했다. '2002년 태극전사 수비수 대부분이 O형'이라는 것이 요지였다. 이 역시 최 감독의 인터뷰에 대한 '항명'으로 비춰지자 윤석영은 4일 트위터에 해명의 글을 올렸다.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버스가 터난 뒤였다. 하지 말았어야 했다.

최 감독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는 있다. 최강희호에서 일부 선수들간 불화가 있었다는 것은 이미 몇 차례 확인됐다. 기술 축구를 중시한 조광래 감독은 유럽파를 선호했다. 바통을 이어 받은 최 감독은 조 감독과는 반대로 국내파를 머릿속에 그렸다. 이 과정에서 유럽파와 국내파가 모두 상처를 받았다. 팀내 끼리끼리 구도가 형성됐다. 이청용이 "팀에 대화가 부족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소통의 부재를 언급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

역대 대표팀에 어느 누구 하나라도 불만이 없던 선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큰 문제가 없었다. '팀'을 생각해야 하는 대표팀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했기에 가능했다. 의사 개진에도 신중했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는 사회가 됐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 있다. 선후배간 존중의 미덕이 펼쳐져야 할 스포츠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감독을 향해 도발성 메시지를 던지는 행동은 '표현의 자유'와는 거리가 멀다. 공인이라면 그것이 몰고올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야 했고 더 신중했어야 한다. 어린 패기로 보기에 선을 너무 많이 넘었다. 축구계 선배인 황선홍 포항 감독이 3일 일침을 가했다. "선수는 운동장에서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게 축구 실력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 제 얼굴에 침 뱉기 밖에 되지 않는다."

더 이상의 논란은 무의미하다. 본질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 있다. 오해는 더 큰 오해를 부를 뿐이다. 분명 위기다. 그러나 '힐링'의 기회다. 대표팀 내 갈등은 곪아서 터질 상처였다. 갈등이 내재돼 있는 한 전진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번 일로 상처가 더욱 깊어지고 커졌지만 많은 환부를 드러낼 수록 새 살이 더 많이 돋아난다. 브라질까지 1년 남았다. 이번 기회에 모든 흉금을 털어내자.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웃음으로 희망을 노래할 대표팀을 다시 보고 싶다. 스포츠2팀 jackiech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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