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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이 내가 걸어야 할 길이라면 피하고 싶지는 않다. 선수 시절 쌓아놓은 명예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받아들이겠다."
2009년 우여곡절 끝에 감독 홍명보 시대가 열렸다.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을 이끌었다. 훌륭한 첫 단추로 우려를 잠재웠다. 그 해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에서 8강 신화를 연출했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 김영권(광저우 헝다) 김보경(카디프시티) 윤석영(QPR) 홍정호(제주) 등 한국 축구 미래들이 세상에 나왔다. 'Never Stop(절대 멈추지 않는다)', 'Let's make a history(역사를 만들자)', 그의 철학이었다.
사나이들은 2012년 런던올림픽을 기약했다. 세 번째 문이었다.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은 순탄치 않았다. A대표팀과의 중복 차출로 마음고생을 했다. 올림픽 예선의 경우 A매치와 달리 선수 소집 의무 규정이 없다. 유럽파는 논외였다. J-리거도 읍소를 해야 가능했다. 어떻게 변할 지 몰라 베스트 11이 없었다. 무명의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미소는 잃지 않았다. "우리 팀은 스토리가 있다"는 말로 위안을 삼았다. 그리고 본선에 올랐다. 북중미의 멕시코(0대0 무), 유럽의 스위스(2대1 승), 아프리카의 가봉(0대0 무), 축구종가 영국(1<5PK4>1 승)을 차례로 따돌렸다. 올림픽 첫 4강의 문이 열렸지만 브라질에 0대3으로 패하며 주춤했다. 위기였다. 3~4위전의 상대는 숙적 일본이었다.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었다. 승부처에서 그는 환희를 연출했다. 일본을 2대0으로 격파하고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세계가 다시 한번 놀란 이변이었다.
돌고 돌아 2014년 브라질월드컵 선장은 홍명보다. 홍 감독이 네 번째 문을 연다. 17일 A대표팀의 홍명보호가 드디어 닻을 올린다. 동아시안컵에 출전할 23명의 선수들이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 소집된다. 한국은 20일 오후 7시 호주(서울월드컵경기장), 24일 오후 8시 중국(화성종합경기타운), 28일 오후 8시 일본(잠실종합운동장)과 차례로 격돌한다. 첫 경기까지 홍명보호에 주어진 훈련 시간은 사흘 뿐이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과정에서의 기대 이하 경기력과 기성용의 SNS 논란, 태극마크의 위상은 바닥이다. 신뢰 회복이 홍 감독의 첫 과제다. 변화의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해이해진 기강 바로잡기는 시대의 요구다. 소집 풍경부터 달라진다. 선수들은 정장 상, 하의와 타이, 와이셔츠, 구두를 착용한다. 동선도 마련했다. 개인차량을 이용하는 관례를 깬다. 정문 출입구에서 모두가 하차해야 한다. 부득이 자가 운전시에도 대로변에 주차하고 입소한다. 이어 숙소동까지 약 500m를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브라질월드컵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갈 길이 바쁘다. 동아시안컵이 첫 실험대다. "내용과 결과 모두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것이다. 매 경기 혼을 다해 치를 것을 약속한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령탑 홍명보가 마침내 칼자루를 쥐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