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4일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무관중 경기(인천-포항전)가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억울한 면이 있는 것은 인정한다. 응원하는 팀이 잇따라 '오심 논란'으로 이길 경기를 무승부로 마쳤으니 화가 날만도 하다. 2경기나 그랬다. 그러나 억울함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50~60명의 성난 인천 팬들이 3일 열린 울산과의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홈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 출입구를 막아섰다. 2-1로 앞선 후반 16분에 터진 울산 하피냐의 동점골 장면에서 김신욱의 '핸드볼 파울'을 지적하지 않은 주심의 판정에 뿔이 났다. 인천 팬들은 주심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서포터스의 대표 3~4명은 주심을 직접 만나겠다며 믹스트존 앞까지 진입했고 이 과정에서 흥분한 팬들과 보안 요원과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심판진이 경기장을 빠져나갈 것을 대비해 인천 팬들은 3개의 출입구를 지켜섰다. 주심을 비롯한 심판진은 심판실에서 나가지 못했다. 김봉길 인천 감독이 오후 11시에 팬들을 만류하기 위해 직접 대화를 시도했다. 소용이 없었다. 인천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팬들은 오전 1시가 넘어 해산했다.
억울함을 표출하는 목소리 속에 폭력이 담겨 있다면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되지 못한다. 이날 항의도 그랬다. 선을 넘어섰다. 팬들의 진입이 금지된 믹스트존에 무단 침입했다. 보안 요원과의 물리적 마찰까지 발생했다.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전례가 있다. 2012년 3월 24일, 인천-대전전에서 경기 후 대전 서포터스가 인천 마스코트를 폭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인천과 대전의 서포터스가 뒤엉키는 폭력사태까지 번졌다. 프로축구연맹은 경기장 관리 소홀을 이유로 홈팀 인천에 무관중경기 징계를 내렸다. 제재금 500만원이 함께 부과됐다. (대전은 제재금 1000만원과 홈 2경기 서포터스석 폐쇄 징계를 받았다.) 이로 인해 지난해 6월 14일,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무관중경기가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렸다.
불과 1년여 전이다. 폭력 사태를 저질렀던 서포터스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던 인천 구단 모두 이날의 일을 까마득히 잊은 듯 하다. 물리적 충돌을 동반한 집단 행동이 재발했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팬들에게 '구단에게 맡겨달라'고 얘기했다"면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특성상 팬들의 경기장 진입을 막을 수가 없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3~4명 팬의 경기장 난입을 막지 못하는 등 경기장 관리 소홀의 책임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서포터스 스스로도 성찰이 필요하다. 폭력을 사용하는 순간 프로축구를 위한 쓴소리는 사라지고, 폭력사태만 남게 된다. 인천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뭉친 팬들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퇴색시켰다. 조동암 인천 사장은 5일 프로축구연맹을 직접 방문해 오심 논란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항의의 정상적인 절차다.
오심 논란에 대한 항의와 폭력은 별개의 문제다. 연맹도 진상 파악에 나섰다. 연맹 관계자는 "금주 내 진상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심판 판정과는 무관하게 경기장 질서 및 안정을 해친 행위가 확인되면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논의할 것"라고 밝혔다. 전례가 있어 가중 처벌도 가능하다. 어긋난 방식으로 표출된 팬들의 구단 사랑이 가져온 결과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