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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가경(晩秋佳景).
이 용은 조 감독의 숙제를 잘 풀었다. 강도높은 웨이트훈련으로 무릎에 힘을 길렀다. 문제점이 고쳐졌다. 파도가 치는 듯한 주법이 사라졌다. 낮은 자세로 상대 공격수들을 차단하던 수비력도 더 안정감을 찾았다. 무엇보다 킥력이 향상됐다. 측면에서 활처럼 휘면서 문전으로 배달되는 크로스의 날카로움이 배가 됐다.
지난 시즌은 좌절과 환희가 교차했다. 시즌 초반 오른무릎 내측 파열 부상을 했다. 3개월을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그러나 부상을 털어내자 빠르게 부활했다. '철퇴축구' 울산 수비의 한 축을 담당하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견인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가장 헌신적이고 발전한 선수로 거침없이 이 용을 뽑았다.
하지만 대표 경력이 전무한 것은 축구인생의 '옥에 티'였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았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온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인내했다. 이 용의 믿음은 지난달 11일 현실이 됐다. 홍명보 감독이 그를 불렀다.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달 24일 중국과의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홍 감독의 눈을 사로잡을만한 인상적인 플레이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당장 주전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 일본전에서 김창수(가시와)를 우측 풀백으로 복귀시켰다.
보름 뒤 반전이 일어났다. '홍명보호 2기'에서도 살아남은 이 용은 14일 페루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페루의 측면 공격수 망코와 플로레스를 지웠다. 안정된 수비, 미드필드진과의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는 칭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원 팀' 정신을 표출해내기 위해 노력한 이 용이었다.
홍 감독이 발견한 K-리그산 원석 이 용의 경쟁력은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만 28세가 되는 2014년에는 대표팀의 풍부한 경험까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용의 브라질행 꿈이 영글고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