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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 스플릿의 운명을 3경기 남겨둔 절체절명의 시점이다. 울산전을 하루 앞둔 23일 성남일화의 안산시 인수설이 불거졌다. 한달전부터 떠돌던 소문이었다. 지난해 9월 축구사랑이 극진했던 문선명 통일그룹 총재가 세상을 떠나면서 구단의 운명과 관련한 이런저런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통일그룹은 성남에게 '자생의 길'을 찾아볼 것을 통보했고, 올해초부터 성남시민구단 창단설이 불거졌다. 7월말 성남시가 사실상 인수의사를 철회하면서 성남의 행보는 바빠졌다. 축구단 창단에 관심이 많은 안산시와 접촉했다. 안산시는 "현재 많은 가능성 중 하나로 성남축구단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간밤에 전해진 청천벽력같은 뉴스에 성남 팬들은 난리가 났다. 성남구단 자유게시판엔 항의, 비난의 글이 빗발쳤다. 23일 오전 9시, 뜬눈으로 밤을 지샌 서포터들은 자초지종을 확인하기 위해 일제히 성남 사무실로 달려왔다.
이들이 성남을 원하고 응원하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성남'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에 자신의 축구단이 있다는 사실은 평생 자부심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라운드를 드나들었다. 2006년, 2010년 아시아의 챔피언 성남의 우승 이야기가 시작되면 지금도 피가 끓는다. 도쿄 원정 응원의 추억은 이들에게 '훈장'과도 같다. 청춘을 축구장에서 보냈다. 축구장에서 열정을 배웠고, 스포츠맨십을 배웠고, 평생을 함께할 여자친구도 축구장에서 만났다. "성남 일화가 없어진다는 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는 뜻"이라고 했다. "재정이 어렵고,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고 이런 상황들을 머리로는 이해한다. 그러나 가슴으로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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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성남이 안산으로 가게 될 경우 '인수, 매각'의 개념이지 '연고이전'은 절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연고이전'이란 모기업과 재정의 연속성이 있을 때 붙일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성남과 연계성이 전혀 없는 '매각'에 '명문구단' 성남의 역사성을 가져가려는 움직임에 반대했다.
평생을 성남팬으로 살아온 이들의 로열티와 자부심은 절대적이다. '성남'이라는 연고는 축구보다도 우선하는 가치다. "우리에게 '축구=성남'이다. 성남이 없어진다면 축구를 볼 이유도 없다"고 했다. 100억원대 예산을 걱정하는 성남시의 입장도 이해불가다. 안양은 40억원 안팎의 예산으로 운영된다. 시민구단은 의지의 문제다. 지금과 같은 100억대 규모가 아니더라도, 다운사이징 등 운영의 묘를 통해 타협점은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1부리그가 아니더라도 성남을 응원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이들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우리는 성남이 3부리그더라도 응원할 것이다." 비록 한때 잘나갔던 구단으로, K-리그 7회 우승이 깃발속 영광으로만 남을지라도 '성남축구단'의 명맥은 반드시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하나다. "우리는 성남이니까. 성남은 우리의 인생이니까."
울산, 경남, 강원전 3경기에 대해 서포터스는 변함없는 열혈응원을 약속했다. 스플릿의 명운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일전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우리 선수들을 응원할 것이다. 그 이후에 대응방안을 논의해 실천해갈 것"이라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