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이사회가 열린다. 이날 가장 관심을 끄는 안건은 내년시즌 리그 방식이다. '단일리그 복귀냐, 스플릿시스템 유지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연맹은 지난시즌 리그 방식에 과감한 변화를 줬다. 반드시 승강제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 변화의 주된 이유였다. 여기에 부수적인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단일리그 방식의 밋밋함을 보완하고, 팬과 언론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돌파구로 스플릿시스템이 적용됐다.
취지는 나쁘지 않았다. 그룹A와 그룹B, 두 세상으로 나뉘는 순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바랐던 효과도 봤다. 안갯 속으로 흐르던 그룹A 잔류 전쟁이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모든 관심은 그룹A에 쏠렸다. 우승 경쟁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룹B 경기는 사망선고를 받았다.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졌다.
스플릿시스템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본 K-리그 클래식 사령탑들은 스플릿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대부분의 감독은 '스플릿시스템 폐지'를 외치고 있다.
이유를 들어보면 일리가 있다. 가장 먼저 리그 일정의 문제점을 꼽는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K-리그를 병행하는 팀들이 딜레마에 빠진다. 지난시즌 ACL 우승을 차지한 김호곤 울산 감독이 그랬고, 이번 시즌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ACL 원정 2차전을 앞두고 있는 최용수 서울 감독이 그렇다. 최 감독은 "광저우와의 경기에 '올인'을 해야 하는데 울산과 붙고 다음에는 수원과 슈퍼매치를 치러야 한다. 이래서 스플릿이 어렵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2일 슈퍼매치에서 자칫 부상선수라도 발생한다면, 서울 입장에선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또 내년시즌 ACL 티켓 획득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울산은 지난해 아시아를 품고도 정작 K-리그에선 5위에 머물러 올해 ACL에 출전하지 못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결국 ACL '올인'을 택했다. 최 감독은 "울산같은 명문 클럽이 ACL에 연착륙해야 하는데 스플릿만 아니었다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 감독은 "스플릿 그룹A 일정과 ACL을 둘 다 소화하려면 더블 스쿼드를 구축해야 한다. 아시아 전체를 놓고 봐도 그럴 수 있는 팀은 광저우 정도 뿐"이라고 설명했다.
윤성효 부산 감독도 '스플릿 폐지'에 한 표를 던졌다. 윤 감독은 "스플릿 이후 선수들의 동기유발이 힘들다. 계속 경기를 져도 7위다. 시즌이 한 달 더 남았는데 벌써 끝난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우승권이 아닌 팀 입장에선 애매한 시간이 펼쳐진다. 성적을 뒷전으로 하고 무작정 젊은 선수 육성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룹B 팀 감독들과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룹A 잔류 전쟁에서 아쉽게 패한 안익수 성남 감독은 "시장은 상생·발전해야 한다. 동계훈련 이후 6개월은 평가받기에 짧은 시간이다. 특히 그룹B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긴장감과 준비하는 자세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질높은 경기를 지향하는 프로스포츠의 목표와 상충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명보호가 크로아티아, 스위스 등 강호들과 A매치를 하는 이유는 경쟁력과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그런 면에서 좋은 선수들과 자웅을 겨루면서 같이 발전하지 못하고 단절되는 부분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박경훈 제주 감독 역시 "승리가 중요하지만 내년을 대비해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팀 리빌딩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어렵다"고 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그룹B 팀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의 경우 그룹B 추락 이후 광고·마케팅 집행 예산이 줄었다. 스플릿의 폐해에 구단 프런트는 '벙어리 냉가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