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23·올댓스포츠)와 아사다 마오(23·일본). 설명이 필요없는 여자 피겨 최고의 라이벌이다.
그동안 피겨 여자 싱글은 '심심'했다. 절대 강자가 없었다. 고만고만한 선수들의 도토리 키재기 무대였다. 관심도도 떨어졌다. 흥행과 스폰서를 걱정해야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최고의 흥행카드'가 돌아왔다. 1990년생 동갑내기 라이벌 김연아와 아사다의 대결이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나란히 7∼8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두 대회에서 금빛 연기를 펼치며 소치동계올림픽의 강력한 우승 후보임을 재차 확인시켰다. 아사다가 먼저 7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204.02점으로 1위에 오르자, 김연아가 8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204.49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응수했다. 한동안 멈췄던 둘의 라이벌 전쟁은 다시 한번 진검승부를 앞두고 있다. 무대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이다.
둘은 노비스(13세 이하)와 주니어 시절부터 라이벌이었다. 실력은 팽팽했다.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대회 우승을 나누어 가졌다. 2005년에는 아사다가, 2006년에는 김연아가 우승했다. 시니어가 된 2006~2007시즌에도 라이벌 구도는 계속됐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을 나눠가졌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은 두 라이벌 대결의 정점이었다. 아사다와 김연아 모두 개인 최고 기록을 작성하며 일생일대의 연기를 선보였으나 결과는 역대 최고점(228.56)을 작성한 김연아의 승리였다. 피겨스케이팅뿐만 아니라 동계올림픽 역사에 남을 법한 명승부였다.
이후 두 선수 모두 잠시 방황의 시기를 겪었으나 지난 시즌부터 다시 나란히 소치동계올림픽을 향한 출발선에 섰다. 숙명의 라이벌답게 소치동계올림픽이 다가올수록 컨디션이 상승 곡선을 그리는 분위기다. 아사다는 지난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4년 만의 금메달을 목에 건데 이어 올해 두 차례 그랑프리 우승, 파이널 2연패까지 달성했다. 특히 세 번의 무대에서 모두 200점 이상의 기록을 작성하며 고무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김연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연아는 지난 3월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18.31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아사다를 제쳤다. 맞대결을 펼친 것은 아니지만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를 통해 다시 한번 위압감을 선사했다.
물론 그랑프리 파이널과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대회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할 수 없다. 김연아가 출전한 경기는 B급 대회로, 오른 중족골 부상에서 회복 여부를 알아보는 컨디션 점검 차원이었다. 하지만 아사다가 김연아와 비슷한 시간대에 경기를 펼쳤다는 점에서 묘한 간접 비교가 됐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올 시즌 여자 쇼트 최고점(73.37점)을 경신했지만, 총점에서는 아쉽게 시즌 최고점(아사다 마오, 207.59점)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가 기록한 204.02점을 웃돌며 '원격 대결'에서 0.47점을 더 받았다. 두 선수 모두 전매특허 점프에서 아쉬운 실수를 보였다. 아사다는 두번의 트리플악셀을 모두 실패했다. 각각 -3점과 -2.71점의 감점을 받았다. 김연아도 주무기인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루프 콤비네이션에서 넘어졌다. 그러나 아사다가 여전히 트리플악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김연아는 체력적 준비가 덜 됐고, 빙질과 작은 경기장 규모의 악조건 속에서 경기를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두 선수는 최근 들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인터뷰를 했다. 아사다는 최근 "김연아가 없었으면 나도 성장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절차탁마한 것이 내 동기부여였다"고 했다. 김연아는 이에 대해 "아사다와 같은 생각이다. 아사다와 주니어때부터 비교도 많이 받고 서로 라이벌 의식이 있었다. 아사다가 없었으면 이렇게 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 피하고 싶지만, 그만큼 동기부여가 되고 자극이 되는 선수다. 이제 마지막 시즌인데,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후회없이 마지막을 보냈을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 무대는 소치동계올림픽이다. '필생의 라이벌' 김연아와 아사다의 마지막 승부가 임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