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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 성남 일화 초대감독(77)이 성남시민구단의 초대감독으로 선임됐다.
당초 성남시는 안익수 감독 유임에 무게를 뒀었다. 변화의 물결속에 전력을 담보하기 위해서, 선수단과 감독만큼은 흔들지 않는 것이 좋다는 공감대였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5일 안 감독과 2시간 넘게 단독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향후 구단 및 선수단 운영과 관련된 사항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선수단의 현상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로 했다. 한때 엠바고(비보도) 요청이 있었을 만큼, 안 감독 유임은 유력했다. 그러나 주초부터 또다른 조짐이 감지됐다. 10일 성남 일화와 인수 본계약에서 이 시장은 "감독 선임과 관련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감독은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2주간의 영국 연수를 떠났다. 프로축구연맹이 기획한 K-리그 지도자 해외연수 프로그램 연수를 한달 전부터 준비해왔다. "감독 선임과 무관하게 지도자로서 내년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K-리그 프로구단의 감독을 들었다 놨다 하는 현 상황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는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그러나 박종환 감독 선임을 바라보는 대다수 팬들의 시선은 냉랭하다. '박종환 카드'를 둘러싸고 정치적, 전략적 선택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종환 감독이어서'가 아니다. '나이가 많아서'는 더더욱 아니다. 의혹에 찬 소문들과 뒷맛이 개운치 않은 선임 과정 때문이다. 박 감독은 자타공인 한국 축구의 레전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능력은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 선수단 리빌딩과 장악력도 탁월하다. 성남 일화의 K-리그 첫 3연패(1993~1995년)를 이끌었던 명장으로서 스토리도 무궁무진하다.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중장년 팬들을 끌어들일 티켓 파워도 기대해 볼 만하다.
문제는 배후론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씁쓸한 소문의 진원지는 성남시다. 온라인에는 '성남팬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내년 5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감독 선임과 관련한 정치 외압설, 특정정당, 특정인사 배후론이 파다하고, 창단준비위원회가 '준비된 킹 메이커' 역할에 충실했다는 이야기까지 나돈다. 한 원로 축구인은 "시민구단은 인사가 만사다. 절대 정치논리가 개입되선 안된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 프런트 직원까지 연줄로 들어온 사람이 한명도 없다면 절반은 이미 성공한 것이다. 시장은 그런 외풍을 막으라고 존재하는 것"이라며 씁쓸해 했다.
감독 선임은 본계약 이후 성남시가 보여준 첫 공식 행보다.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시민과 소통하는, 세상에 없는 시민구단을 기대했던 팬들의 눈빛을 기억해야 한다. '시민구단의 롤모델'이 되겠다던 첫날의 약속을 기억해야 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