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메시' 지소연(22)이 금의환향했다. 크리스마스인 25일 오후, 지소연은 '나호언니' 가와스미 나호미와 함께 김포공항 입국장에 들어섰다. 일본 고베아이낙 3년차, 마지막 대회인 일왕후배를 제패했다. 리그, 리그컵, 몹캐스트클럽선수권에 이어 시즌 4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4경기에서 6골을 터뜨린 지소연의 활약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쾌거다. 일왕후배 우승 직후 일본 현지언론은 난리가 났다. 일본 내 주요 스포츠지들은 고베 아이낙의 사상 첫 4관왕을 대서특필했다. "일본에서는 큰 뉴스죠. 우리팀이 워낙 유명하고 인기가 있다보니, 난리가 났죠. 엄청난 이슈죠."
일본 고베 아이낙에서의 3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2011년 고베 아이낙 유니폼을 입은 지소연은 지난 3년간 일본리그에 폭풍 적응했다. "3년째인 올해가 제일 좋았다"고 했다. "1년차 때는 적응하느라 정신 없었고, 2년차때는 내 플레이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3년차 때는 외국에서 뛰는 것같지 않게 편안했다"고 했다. 2012~2013시즌 연속 나데시코리그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됐다. 동료들이 지소연을 믿고, 공을 밀어줬다. 팀의 전담키커로 활약하며 '스스로도 셀 수 없이 많은' 도움 포인트를 기록했다. 고비때마다 결승골, 동점골을 밀어넣으며 승부를 뒤집었다.
잉글랜드리그 첼시 레이디스와의 계약이 임박한 가운데 일본에서 마지막 승부를 치렀다. 지소연은 끝까지 믿을 수 없는 '괴력'을 선보였다. 일왕후배에서의 활약은 눈부셨다. 11일 에히메FC전와의 16강전(10대0 승)에서 2골, 15일 기비국제대학전과의 8강전(7대0 승)에서 2골을 터뜨렸다. 21일 이가FC쿠노이치와의 준결승에선 1골2도움을 기록했다. 2개의 어시스트 직후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3대2 역전승을 이끌었다. 23일 오후 알비렉스 니가타와의 결승전에선 팀의 2골 모두에 관여했다. '괴력'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간절했다. 마지막으로 4관왕을 꼭 선물하고 싶다는 절실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국가대표 미드필더 '절친' 가와스미는 지소연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말에 "너무 잘해서 화가 날 정도"라고 농담했다.
지소연이 뛴 3년간 고베아이낙은 리그에서 딱 2번 졌다. '여자축구계의 바르셀로나'라는 칭찬에 지소연이 활짝 웃었다. 고베 아이낙은 일본 대표팀 에이스 7~8명이 뛰는 고베 아이낙은 최고의 인기구단이었다. 여자월드컵 우승, 런던올림픽 준우승팀인 일본 여자축구의 전성기를 실감했다. 매경기마다 관중석은 팬들로 꽉꽉 들어찼다. "우리팀은 남자축구팀보다 더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선수들 역시 팬들을 위해 꾸준한 경기력, 재밌는 승부를 보여주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적극적인 팬 서비스, 구단 마케팅으로 인기를 유지하려는 시도는 인상적이었다. "경기가 끝나면 팬들과 사진 찍고, 사인해주고, 구단 숍에는 유니폼, 기념품도 정말 다양하고 많다. 당장의 인기보다, 그 인기를 유지해가는 노력들이 정말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래도 부러우면 지는 거니까"라며 입술을 꼭 깨물었다.
20세 이하 월드컵 3위,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으로 한국 여자축구가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게 불과 3년전이다. 호재를 이어가지 못한 점은 아쉽다. 잉글랜드 첼시 레이디스와의 계약이 임박한 지소연은 2014년 한국 여자축구의 르네상스를 기대하고 있다. "나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축구는 11명이 함께하는 거니까. 다같이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씩씩했다. 월드컵 본선행의 꿈을 꼭 이루겠다고 했다. "내년 20세 이하 월드컵에 이어 2015년 여자월드컵이 있다. 여자축구 인기를, 우리가 꼭 다시 올려놓을 것이다. 그런 날이 꼭 다시 올 거라 확신한다."
23일 우승 후 '고베 절친'들과 크리스마스 파티 겸 송별파티를 했다. "다들 서운해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나호언니'가 한국말로 말했다. "괜찮아, 축구하고 있으면 언젠가, 어디선가 또 만날 수 있으니까." 일본어로 말하는 '지메시'과 한국어로 대답하는 '나호언니'의 프로다운 우정은 훈훈했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절친'과 함께 보낸다. "나호언니가 말을 타보고 싶다고 해서 남양주 승마장에 예약을 해뒀다"고 했다. 29일 홍명보 자선축구에도 참가한다. '나호언니'가 "재밌겠다!"며 환호했다. 첼시 레이디스와의 계약은 마무리 단계다.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확정될 계획이다. 김포공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