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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한 무리 떼의 아이들이 골목을 훑고 썰물처럼 사라진다.
"말 보다는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더 이상 포기할 수 없다." 벼랑 끝에 선 그의 출사표였다. 닷새 후 대반전이 있었다.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2대2 무)이었다. 후반 4분 드디어 골망이 출렁였다. 그는 전매특허인 프리킥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터트리며 월드컵 원정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100일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의 마지막 시험 무대에서 드디어 끈을 잡았다. 단 한 번의 기회다. 그리스전 관전포인트는 첫째도 박주영, 둘째도 박주영이다. 생존이냐, 탈락이냐 갈림길에 섰다. 홍 감독은 그리스전에서 박주영을 중용할 예정이다. 살아남아야 한다. 박주영은 물론 카드를 꺼내든 홍 감독의 희망사항이다.
그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킬러다. 그리스전에 소집된 23명의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A매치 득점(23골)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대표팀에서 골맛을 본 것은 2011년 11월 11일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4차전(2대0 승)이 마지막이었다. 아스널에서 탈출해 왓포드에 둥지를 틀었지만 들쭉날쭉한 출전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다. 박주영이 넘어야 할 벽이다.
지난해 2월 6일 크로아티아와의 친선경기(0대4 패) 이후 1년 1개월 만의 승선이지만 간극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색함은 없었다. 더 밝아졌다. 훈련장에선 미소로 가득했다. 인터뷰 전 "오랫만입니다"는 취재진의 인사에 "불러주시지 않아서"라는 농담을 건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현실은 또 다르다. 그 또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활을 걸었다. 박주영은 "경기 감각은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변명은 될 수 없다.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보여주고 나서 코칭스태프의 판단을 따르겠다"며 "그리스 평가전을 맞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틀 동안의 훈련이 전부다. 월드컵을 앞두고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서 부담도 되긴 하지만 팀에 녹아들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배수진이다. 박주영이 그리스 골문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