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열둘 감독들이 개막전에 임하는 12가지 색깔

기사입력 2014-03-06 07:38



출발은 평등하다.

휘슬이 울리는 순간 평등은 사라진다. 나란히 '0점'에서 첫 발을 뗀다. 12개팀이 사선에 선다. 2014년 K-리그 클래식이 첫 판부터 빅매치로 가득하다. 8일과 9일 각각 3경기씩 열린다.

뭐든지 첫 단추를 잘 꿰야한다. 12개팀 사령탑의 머릿속도 동색이다. 단 색깔은 12가지다.

천당과 지옥

포항과 울산이 8일 오후 2시 첫 문을 연다. 지난해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천당과 지옥이 교차한 두 팀이다. 울산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운명은 야속했다. 정상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반면 포항은 대반전이었다. '버저비터 골'로 FA컵에 이어 정규리그 우승컵도 들어올렸다. 기적같은 스토리였다.

해가 바뀌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46)은 새로운 파트너를 맞았다. 조민국 울산 감독(51)이 지휘봉을 잡았다. 우승, 준우승팀의 첫 결투다. 황 감독은 지난해 마지막 경기를 다시 떠올리고 있다. 그는 공격력이 매서운 울산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감은 숨기지 않았다. "울산은 지난해 마지막 경기에서 진 것 때문에 강한 마음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심리적으로 역이용할 계획이다."

15년간 아마 무대를 지킨 조 감독은 K-리그 데뷔전이다. 담담했다. 그는 "지난해 2관왕을 달성한 포항은 우승에 대한 느낌을 안다. 느낌이 있는 팀이 걸려 부담스럽다. 하지만 지난해 마지막 경기의 아픔을 떨칠 수 있어야 우승 길이 보일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극과 극의 신경전


'절대 1강' 전북은 8일 오후 4시 부산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최강희 전북 감독(55)과 윤성효 부산 감독(52)은 공통분모가 있다. 김 호 감독이 수원 지휘봉을 잡을 당시 코칭스태프로 함께 호흡했다.

누구보다 상대를 잘 안다. 극과 극이다. 최 감독은 "윤 감독을 잘아는데 말도 많고 웃음도 헤퍼졌다"며 넋두리를 늘어 놓은 후 "속을 알 수 없어 불안하다. 지난해 부산이란 팀이 상당히 까다로웠고, 강팀에 굉장히 강했다. 우리도 준비를 잘 해야될 것 같다"고 경계했다.

반면 윤 감독은 오히려 전북이어서 반갑다며 자극했다. 그는 "첫 경기에서 전북과 원정에서 만나 다행이다. 부담스러운 것은 없다. 최 감독님의 얼굴을 일그러지게 만들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자 최 감독은 "이겨도 일그러진다"며 뜨거운 신경전을 펼쳤다.

형과 아우의 정은 없다

'공격형 스리백'으로 새로운 카드를 꺼내든 FC서울은 8일 오후 4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전남과 격돌한다. 최용수 서울 감독(43)과 하석주 전남 감독(46)은 사석에서는 '형제'의 끈끈한 정을 나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는 다르다. 아우의 절대 우세다. 전남전 5연승을 달리고 있다. 서울은 변화의 중심에 섰다. 데얀과 하대성이 떠났고, 아디는 코치로 보직을 변경했다.

최 감독은 교훈을 떠올렸다. 서울은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8경기 만에 첫 승을 챙겼다. "지난해와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우리는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7경기 동안 1승도 없었다. 부담없이 우리만의 기술과 지능을 엮어 팀 개성을 유지만 한다면 크게 두려할 상대는 아니다."

하 감독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은 핵심 선수 몇몇이 빠졌지만 기존 선수들이 가진 기량을 보인다면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팀이다. 하지만 서울은 시즌 초반 성적이 안좋다. 이를 잘 이용하면 승산이 있다"며 "선수보다는 최용수 감독이 더 두렵다. 죽는 소리, 앓는 소리하다 좋은 얘기도 많이 해준다. 그러면서 경기에선 3대0, 2대0으로 이겨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감독 중 하나다. 어떻게든 승리하고 싶다"고 말한 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돌아온 할배들의 빅뱅

운명이 얄궂다. 8년 만에 복귀한 박종환 성남 감독(76)과 15년 만에 돌아온 이차만 경남 감독(64)이 첫 판에서 만난다. 경남과 성남은 9일 오후 2시 창원축구센터에서 충돌한다.

두 감독의 감회는 특별하다. 하지만 양보는 없다. 박 감독은 '엄살'이 먼저였지만 본색은 승리였다. 그는 "팀을 맡은 지 두 달도 안됐다. 팀 파악도 확실히 안됐고, 경남도 파악을 못했다. 하지만 우리 나름대로 훈련을 했다. 과거와 다른 축구를 구사하고 있고, 최선을 다하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첫 경기니까 이기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감독도 "터키에서 같이 전지훈련을 했다. 박 감독님이 강조하는 팀워크에 경험이 더해졌다. 물론 우리팀 색깔도 있다. 달라진 경남이다. 징그럽다 할 정도로 열심히 하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속내를 감춘 두 감독

상주 상무는 K-리그 사상 첫 승격팀이다. 올해 노는 물이 달라졌다. 상주의 첫 상대는 인천이다. 9일 오후 2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휘슬이 울린다.

박항서 상주 감독(55)과 김봉길 인천 감독(48)은 속내를 감췄다. 박 감독은 "작년에 인천 경기를 많이 못 봤다. 비디오로 봤는데 신구 조화가 잘 돼있고, '봉길매직'이라 할만큼 팀이 잘 만들어져 있다. 끈적한 면이 있더라. 예상 이상의 전력을 갖춘 팀"이라고 칭찬했다.

김 감독도 화답했다. "워낙 박 감독님이 팀 잘 만들어서 수비나 공격 다 강점이다. 일단 공격진에 결정력이 뛰어난 이근호 등을 잘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두 감독 모두 승부욕의 화신이다.

복병의 두 얼굴

수원은 단골 우승 후보였다. 하지만 존재감이 떨어졌다. 서정원 수원 감독(44)은 예상과는 다를 것이라고 했으나 전력이 예전만 못한 것이 현실이다. 제주는 올시즌 황일수, 에스티벤, 드로겟, 알렉스 등 검증된 선수를 영입,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박경훈 제주 감독(53)이 꺼내든 카드는 '오케스트라 축구'다. 제주와 수원은 9일 오후 4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맞닥뜨린다.

박 감독은 돌풍을 그리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단합의 위대함과 강렬한 지배를 통해 팬들에게 다른 인식을 각인시키겠다." 서 감독은 "제주는 작년보다 좋은 팀으로 변화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도 체질 개선이 많이 됐고, 조직적으로도 잘 됐다. 힘든 상황이지만 그 속에서 좋은 결실을 맺고 싶다"고 했다.

K-리그의 D-데이가 밝아오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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