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노우의 기적'은 없었다. 올 시즌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기록한 패배는 리그 기준 4회. 이 중 홈에서 당한 패배는 발렌시아전 단 한 번이었다. 최근 소이에다드, 바야돌리드 원정에서 잇달아 무너지며 이상 기류를 보였지만, 그래도 캄노우는 캄노우였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13일 새벽(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열린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바르사에 2-1로 패하며 역사상 세 번째 챔스 도전을 종료했다.
화두는 '속도'였다. 순간 가속도나 보폭 등을 따진 주력보다 신체의 무게중심 높이가 관건이었다. 맨시티 수비진이 아무리 상체를 낮춰 빠른 턴동작을 준비해도 바르사 공격진을 따라잡기엔 한계가 있었다. 네이마르가 머리로 볼을 쳐놓고 돌아설 때, 콜라로프가 급히 따라가려다 넘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 부담감을 느낀 맨시티는 상대가 볼을 잡기 전에 수비 동작을 시작했고, 바짝 달라붙어 돌아서지 못하게 막았다. 콤파니가 중앙선보다도 1~20m 앞선 바르사 진영에서 파울을 범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이런 수비 방법에 파울이 늘어났다. 90분 동안 맨시티가 범한 파울 개수(23개)는 바르사(8개)의 세 배에 달했다.
그래도 바르사라면 이런 압박을 뚫어낼 재간이 있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양 측면 공격수, 이니에스타와 네이마르의 움직임. 넓게 늘어선 이들이 다시 중앙으로 좁힐 때, 레스콧-콤파니 중앙 수비 앞에는 상대 공격진이 2~3명씩 머무르게 된다. 메시가 휘젓는 움직임이 눈앞에 놓인다면 그나마 거칠게라도 대응할 수 있었다. 콤파니도, 페르난지뉴도 죽기 살기로 따라가 다리를 뻗어가며 간신히 버텼다. 하지만 바르사가 수비의 등 뒤를 파고드는 움직임을 병행했을 때에는 맨시티도 상대의 쇄도를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콜라로프와 사발레타까지 중앙으로 이동해 힘을 보탰으나, 침투를 통제하기란 쉽지 않았다.
맨시티가 중앙에 몰렸을 때에는 오버래핑에 가담한 알바와 알베스가 볼을 자유롭게 잡았다. 이 경우 측면 공격수가 다시 밖으로 나가 측면에서의 연계를 준비한다. 신장의 열세 탓에 순수 크로스 패턴으로 높이 싸움을 벌일 순 없었으나, 상대를 어지럽히기엔 충분했다. 더욱이 이는 맨시티에 또 다른 문제까지 일으킨다. 수비 임무 탓에 아래로 처진 콜라로프와 사발레타는 측면 공격을 거의 거들지 못했다. 측면이 죽은 상태(볼 투입 대비 밀너의 역할이 아쉬웠다)에서 역습으로 올라선 맨시티는 중앙에 서너 명을 둔 단조로운 공격을 해야 했다. 속공이 지공으로 꺾였고, 아게로는 전반 45분 동안 볼을 6번 터치하는 데 그쳤다.
맨시티는 후반 들어 곧장 승부수를 던진다. 콜라로프가 위로 올라가 밀너와의 거리를 좁혔고, 여기에서 공격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레스콧의 패스미스로 메시에게 골대를 얻어맞은 것도 측면 수비가 윗선으로 올라가 패스의 선택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콜라로프가 높은 지점을 고집한 이유는 바로 뒤에 나온 제코의 헤딩 장면처럼 양질의 크로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피케나 부스케츠가 경합 타이밍을 놓친다면 맨시티는 박스 내 제공권 싸움에서 승산이 있었다. 여기에 실바나 나스리가 세컨볼을 노릴 수도 있었다. 사발레타의 슈팅이 시작된 지점 역시 왼쪽 측면. 이 시기 맨시티의 슈팅 개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조금은 보기 드문 장면이 반복됐다. 바르사가 뒤로 밀려나 아래 진영에서 공격을 시작했다. 그럴수록 맨시티는 라인을 올렸고, 전진하는 형태로 상대의 패스웍을 끊어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타면서 빨라진 공격 템포까지 누렸다. 하지만 실수 한 방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패스를 끊기 위해 전진하던 레스콧이 볼이 다른 곳으로 간 것을 인지했고, 다시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백스텝을 밟던 중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한 볼이 결국 메시의 선제골로 연결됐다. 누적 스코어 3-0, 동기부여가 날아간 맨시티는 수비 전환 속도가 처졌고, 여기에 사발레타의 퇴장까지 덮쳤다.
바르사는 훨씬 더 쉬워졌다. 상대는 한 명이 부족했고 급할 게 없었다. 볼을 천천히 돌리면서 틈이 생길 때 침투하면 됐다. 89분 콤파니의 동점골이 터졌으나 기적을 이루기엔 너무 늦었고, 알바가 다시 달아나는 골을 터뜨리며 유종의 미를 거두지도 못했다. 한때 쿼드러플 얘기까지 나왔던 맨시티에는 이제 자국리그만이 남았다. 리그컵 우승만으로는 너무나도 아쉬울 시즌, 세 경기를 덜 치른 리그 일정에서 승점을 쌓아 우승권 경쟁에 나설 수 있을까.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