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vs첼시vs맨체스터 시티, 3파전으로 접어든 우승권 경쟁. 그 중심엔 '토트넘 보약'이 있었다. 31일 0시(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에서 토트넘을 4-0으로 잡은 리버풀도 마찬가지다. '보약'이 별다른 게 아니다. 승점 3점은 물론이요, 다득점을 제공해 득실 싸움을 돕는다. 시즌 막판 지친 이들에겐 이른 교체로써 휴식을 선사하고, 남은 레이스에서도 잘하라며 자신감까지 북돋아 준다.
승패는 '1분 37초' 만에 판가름났다. 대니 로즈의 라인 컨트롤부터 아쉬웠다. 상대가 측면으로 빠져있었기에 조금 더 앞으로 나와 오프사이드 트랩에 승부를 걸어볼 법도 했다. 물론 이는 결과론적인 희망사항 수준이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볼을 두고 대니로즈vs스털링이 대치한 상황에서 에릭센의 수비가 지독히도 안일했다. 글랜 존슨의 움직임은 '등 뒤'가 아닌 '눈앞 시야'에 들어왔고, 2vs2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기본적인 패턴이었다. 준비가 부족했던 에릭센은 침투에 이은 크로스를 제어하지 못했는데, 이마저도 골망을 열어줄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베르통헌 조연, 카불 주연의 '자책골 쇼'가 토트넘의 가슴을 후벼 팠다.
지지 기반이 무너졌으니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리버풀은 수비 실수로 봉인 해제된 토트넘 진영을 신명 나게 훔쳤다. 늘 그래 왔듯 수아레즈는 자유롭게 움직였고 특히 왼쪽 측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쿠티뉴와 플래너건은 수아레즈와의 간격을 좁게 유지하며 삼각형을 만들어냈고, 이 진영에서의 연계로 토트넘을 곤욕스럽게 했다. 오른발을 고집하는 쿠티뉴는 왼발로 처리할 각도에서도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감아 상대의 뒷공간을 사정없이 찔러댔는데, 토트넘 수비가 사전에 이 선수의 볼 처리 각도를 좁히지 못한 원인이 컸다. 리버풀은 쓰리톱, 그리고 인사이드 미드필더 둘이 쏟아낸 '공격 재능 기부'를 아낌없이 활용했다.
전반 24분, 이번엔 베르통헌 대신 나선 도슨이 일을 냈다. 도슨의 백패스는 수아레즈의 주력과 결정력을 시험했고, 득점 선두의 위엄만 절감했다. 교체 투입 직후 흐름에 녹아들기 어려웠을 것이고, 첫 번째 터치 역시 불안할 만도 했다(서브진은 경기 중 볼 없이 웜업을 하고, 중계 화면만으로 판단하긴 어렵지만 보통 몸을 풀기 시작하는 건 전반 30분 전후다). 하지만 모든 걸 차치해도 수아레즈, 스터리지 및 상대 공격진의 위치를 파악하는 작업에 게을렀던 건 아닌가 싶다. '어이없는 실수로 내준 실점-부상으로 인한 수비진 교체-추가 실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시나리오인 건 기분 탓만은 아니다. 3주 전 첼시전에서도 토트넘은 똑같았다.
셔우드 감독은 이미 해탈해 있었다. 후반 초반에는 골과 다름 없었던 핸더슨의 슈팅이 골대를 살포시 넘겼다. 카불은 본인 앞으로 볼이 투입될 때 무리하게 전진하면서까지 제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바꿔 말하면 해당 공간으로 볼을 투입했을 때 그만큼 유인해내기가 쉽고, 이 과정에서의 원투 패스 한방이면 뒷공간을 부수며 요리스와의 일대일을 만들 수 있다. 아무리 빠른 수비수라도 정방향에서 쇄도하는 공격수를 역방향으로 뛰면서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며, 벤탈렙의 커버도 그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이렇게 흔들린 수비 진영에서 쿠티뉴의 중거리 슈팅 골, 핸더슨의 프리킥 골이 더 터져 나왔다고 해도 그리 이상할 건 없었다.
1위 리버풀 승점 71(32경기) vs 2위 첼시 승점 69(32경기) vs 3위 맨체스터 시티 승점67(30경기). 이제 시선은 4월 13일 밤(한국시각) 리버풀-맨시티로 향한다. 존테리의 자책골로 첼시가 주춤한 EPL 우승 경쟁은 2주 뒤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들 모두 언제 어디서 날아들 고춧가루로부터 안전하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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