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지옥과 천당 오간 5분

기사입력 2014-04-20 17:56


ⓒAFPBBNews = News1

승부의 묘미는 변수다.

선수에겐 고통이다. 변수에 울고, 때로는 웃는다. 자책골이나 페널티지역 파울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면 역적의 멍에를 쓴다. 하지만 공격에 가담해 득점을 올리면서 명예를 회복할 기회도 주어진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안정환이 대표적이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페널티킥 실축으로 고개를 숙였으나, 연장 후반 골든골로 기사회생 했던 장면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김보경(25·카디프시티)도 '유쾌하지 않은' 드라마의 주역이 됐다. 김보경은 19일(한국시각) 홈구장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스토크와의 2013~201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5라운드에 선발로 나서 후반 15분까지 60분 간 활약했다. 이 경기서 김보경은 전반 막판 페널티지역 파울로 선제골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으나, 후반 5분 페널티킥 동점골의 출발점 역할을 하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김보경의 스토크전 각오는 결연했다. 최근 진도 앞바다에서 벌어진 세월호 침몰 사건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담은 검은색 완장을 오른팔에 차고 출전했다. 현지 TV중계진도 경기 시작을 전후해 김보경을 집중 조명하며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전반 막판 사고가 터졌다. 페널티에어리어 정면 혼전 상황에서 피터 오뎀윈지를 태클로 쓰러트린 것이다. 하워드 웹 주심은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 스토크가 선제골을 얻었다. 김보경에겐 억장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하프타임을 마치고 후반전에 나선 김보경은 5분 만에 상황을 반전시켰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차분하게 프레이저 캠벨에게 패스를 연결했는데, 스토크 수비수 스티븐 은존지가 캠벨에 파울을 범하면서 페널티킥 찬스를 잡은 것이다. 카디프는 피터 위팅엄의 침착한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마음의 부담을 던 김보경은 후반 15분 윌프레드 자하에게 바통을 넘기며 벤치로 물러났다. 카디프는 스토크와 1대1로 비겼다. 영국 스포츠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는 김보경에게 페널티킥을 내준 책임을 물어 팀 내에서 가장 낮은 평점 5점을 부여하는데 그쳤다. 김보경에겐 평점보다 자신의 실수로 팀이 패하지 않은 게 감사할 뿐이었다.

카디프는 스토크전 무승부로 강등권 탈출 희망을 쐈다. 승점 30(골득실 -34)이 되면서 토트넘에 1대3으로 패한 풀럼(승점 30·골득실 -42)을 골득실로 제치고 강등 경계선인 18위로 올라섰다. 카디프는 27일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강등경쟁을 펼치고 있는 선덜랜드와 운명을 건 일전에 나선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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