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ACL 16강 1차전 역전승, '전북은 물이다?'

기사입력 2014-05-07 07:35



황선홍 포항 감독에게 전북은 물이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을 앞두고 5일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 발톱을 숨겼다. 포항전 전략과 상대의 약점을 묻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반면 황 감독은 "전북 공격수들의 개인 기량이 뛰어나다. 콤팩트한 수비로 상대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최소화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양 팀 사령탑이 보인 상반된 입장의 배경에는 최근 두 팀의 맞대결 결과가 있다. 전북이 유독 포항에 약했다. 다시 말하면, 포항은 전북만 만나면 신나게 경기를 즐겼다. 경기를 앞두고 출사표를 던지는 기자회견에서 최 감독이 경계심을 드러냈고, 황 감독이 자신감을 피력한 것도 이 분위기 때문이다.

뚜껑이 열렸다.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1위인 포항과 2위인 전북의 '진검승부', 황 감독이 최 감독 앞에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포항이 전북에 선제골을 내주고도 2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두 팀의 천적 관계는 유효했다. ACL에서 벌어진 클래식 팀간의 '빅뱅'에는 소문잔 잔치만큼 먹을 것도 풍성했다.

재미못 본 이승렬 카드-김승대 공백 메운 '스틸타카'

최 감독은 포항전에 깜짝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올시즌 리그 5경기 출전(선발 출전 2회)에 그쳤던 공격수 이승렬을 선발로 내보냈다. 스피드가 좋은 측면 자원 한교원을 벤치에 앉히고 이승렬을 출전 시킨 최 감독의 노림수는 명확했다. 사이드 보다는 중앙 공격을 강화, 포항의 미드필드를 무력화 시키고,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승리를 따내겠다는 구상이었다. 최 감독의 '한 수'는 결국 자충수가 됐다. 이승렬의 스피드는 여전히 뛰어났지만 팀플레이에는 독이 됐다. 이승렬은 패싱 플레이보다 드리블 돌파로 전북 공격의 템포를 늦췄다. 드리블 돌파마저 포항 수비진에 막혀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재성, 이승기, 레오나르도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의 패스도 측면 공격에 특화돼 있었다. 최 감독의 회심의 카드는 59분만에 실패로 끝이 났다. 최 감독은 후반 14분 이승렬 대신 한교원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반면 포항에는 악재가 겹쳤다. 올시즌 6골로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를 질주 중인 김승대가 전북전을 앞두고 부상으로 쓰러졌다. 김재성도 FA컵 32강전에서 부상을 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김승대는 전주 원정에 합류했지만 훈련 도중 오른 발목 통증을 느껴 경기를 앞두고 포항으로 돌아갔다. 김승대와 이명주를 앞세워 강력한 패싱 축구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포항에 김승대의 공백은 메우기 힘든 큰 구멍 같았다. 전반에는 그의 공백이 컸다. 이명주가 짧고 긴 패스를 섞어가며 포항의 공격을 이끌었다. 전북의 페널티박스까지 진입은 무난했다. 그러나 패스를 통해 공간을 파고들고, 득점까지 만들어내는 김승대가 없었다. 원톱 유창현을 이용한 공격이 어색했다. 포항의 공격수들은 페널티박스 안보다 바깥쪽에서 슈팅을 이어가며 찬스를 날렸다. 그러나 김승대의 부상 공백을 메우는데 45분이면 충분했다. 경기를 지배하고도 후반 8분 이재성에게 헤딩 선제골을 내준 포항이 패싱 플레이의 속도를 더 높였다. 김승대가 없는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공격수들의 간격을 중앙으로 좁히며 줄기차게 스루 패스를 찔러 넣었다. 황 감독의 전략이 적중했다. 후반 13분 이명주의 크로스를 받은 손준호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수 세 명을 여유롭게 제치고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낸데 이어 후반 28분 고무열이 역전골을 넣었다. 전북의 일자 수비를 뚫어 낸 박희철의 스루패스가 고무열의 발끝에 이어졌다.

포항에 전북은 물이다?


포항은 지난해 9월부터 이어온 전북전 무패행진을 5경기로 늘렸다. 이날 승리까지 4승1무를 기록했다. 포항이 전북에 강한 이유는 팀내에 형성된 '자신감'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FA컵 결승전이 계기가 됐다. 당시 포항은 열세라는 평가를 딛고 전북 원정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1로 정규시간 90분과 연장을 마쳤고, 승부차기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 때부터 황 감독과 포항 선수단 내에 이상한(?) 기류가 형성됐다. 황 감독도 경기전 기자회견에서 "(전주 원정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선수들에게 신뢰를 보였다. 포항 관계자도 "FA컵 승리 이후 선수들이 '이제 전북을 만나도 겁나지 않는다. 전북은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얘기를 하기 사작했다"고 했다. 포항은 올시즌 전주에서 열린 리그 첫 대결에서 선제골을 내주고도 3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중요한 길목에서 전북을 만나 승리를 거두니 자신감이 배가 될 수 밖에 없다. 역전승은 쾌감도 더 크다. 16강 1차전 승부도 비슷했다. 황 감독은 0-1로 리드를 허용한 상태에서도 교체 카드를 가동하지 않았다. 선수단에 거는 기대가 믿음 만큼 컸다. 황 감독의 뚝심에 선수들이 화답했다. 포항이 2-1로 역전에 성공하자 황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황 감독이 밝힌 승리의 배경 역시 '자신감'이었다. 그는 "FA컵 결승전 이후 선수들 사이에서 믿음이 많이 생겼다. 그런 부분이 긍정적으로 작용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평소 자신감이 넘치는 최 감독은 "앞으로도 계속 (포항에) 질 것 같다"는 말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북의 기존 전술로는 포항의 완벽한 조직력을 허무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최 감독은 "포항이 잘했다. 2차전은 원정경기지만 전혀 다르게 준비를 해서 도전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팀이 더 강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두 시즌동안 이어진 패배를 통해 전북에 '스틸타카 공포증'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듯 하다. 반면 황 감독과 포항 선수들 사이에 믿음은 더욱 강해졌다. 포항에 전북은 '물이다'라는 자신감 말이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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