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내려놨다"던 윤석영의 '반전'스토리

기사입력 2014-05-08 11:49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의 마지막 선택은 '왼쪽 풀백' 윤석영(23·QPR)이었다.

브라질월드컵 남자대표팀의 왼쪽 수비수 포지션은 예측불허의 전쟁터였다.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과 평가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김진수 외에 남은 한 자리를 놓고 박주호와 윤석영이 치열하게 경합했다. 실력과 멘탈, 멀티플레이 등 모든 면에서 빅리그의 경쟁력을 갖춘 두 수비수의 능력은 막상막하였다. 홍 감독도 마지막까지 두 카드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마지막 반전이 있었다. 부상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성실맨' 박주호가 '비운'에 울었다. 후보군에 머물렀던 윤석영이 브라질행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박주호의 '봉와직염'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봉와직염은 스트레스 등으로 몸 상태가 나빠져 면역력이 저하되면서 피부의 균이 번식해 생기는 증상이다. 박주호는 지난달 28일 목발을 짚고 조기 귀국했다. 빠른 회복을 위한 본인의 의지가 컸다. 국내에서 29일 재봉합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6월초에야 훈련 복귀가 가능하다는 의료진의 최종판단이 내려졌다.

홍 감독은 고심 끝에 엔트리 제외를 결정했다. "브라질월드컵 출전의 꿈을 내려놓은 채, 내 축구에만 집중하겠다"던 윤석영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2월 QPR 유니폼을 입은 윤석영은 1년반동안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을 버텨왔다. 이적 직후 팀이 강등됐고, 지난 여름 프리시즌 내내 왼쪽 측면 주전으로 뛰며 평탄한 시즌을 예고했지만, 레드냅 감독의 '애제자' 아수 에코토의 임대 영입과, 트라오레의 이적 불발로 포지션 경쟁이 심화됐다. 기존 베스트11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레드냅 감독의 보수적인 성향상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윤석영은 레드냅 감독의 선택과 무관하게 늘 착실하게 몸상태를 만들어왔다. "브라질월드컵도 중요하지만 축구선수로서 내 축구를 성장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일념으로 매경기를 성실하게 준비해왔다.

드문드문 나서는 경기에서, 놀라운 집중력과 강인한 멘탈로 경기력을 유지했다. 7경기에 출전, 1골-1도움을 기록했다. 경기수는 적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8월 첫선발로 나선 2라운드 허더스필드전에서 첫 도움으로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10~12월엔 돈캐스터 임대로 활로를 모색했다. 올해 1월 QPR에 복귀한 후 첫 선발로 나선 3월22일 미들스브러전에서 활발한 오버래핑을 선보이며 '맨오브더매치'로 뽑혔다.시즌 마지막 경기에선 끝내 골맛을 봤다. 2012년 2월 K-리그 전남 드래곤즈에서 QPR로 이적한 지 2년만에 터진 데뷔골, QPR을 4위 플레이오프전에 올리는 골, 그간의 시련을 훌훌 털어내는 골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표를 앞둔,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스스로 길을 열었다. 꺼진 불씨를 살려냈다.

홍 감독은 네덜란드 출신 안톤 두샤트니에 코치를 런던 현지에 급파했다. 안톤 코치는 윤석영의 훈련장을 방문해, 현재 몸 상태와 컨디션, 경기력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해리 레드냅 QPR 감독을 만나, 윤석영의 최근 폼에 대한 의견도 폭넓게 공유했다. 레드냅 감독은 소속팀 감독으로서 지켜본 윤석영의 능력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렸다. 전남 드래곤즈 시절 때와 마찬가지로, 왼쪽 풀백과 미드필더를 두루 볼 수 있는 자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7일 귀국한 안톤 코치가 홍 감독에게 OK 사인을 전달했다. 윤석영은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등 지난 5년간 홍명보호의 역사와 진화를 함께해온 선수다. 홍명보 감독의 전술과 팀 정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수비수로 손꼽혀왔다. 홍 감독 역시 윤석영 사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마지막 순간, 홍 감독이 윤석영의 손을 잡았다. 극적으로 브라질월드컵의 꿈이 이뤄졌다.

홍 감독은 이날 선수 선발후 기자회견에서 박주호의 낙마와 관련, '읍참마속'의 아쉬움을 전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박주호였다. 정확한 상태는 아직까지도 10%도 아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밥도 풀지 않았다. 코칭스태프와 의료진은 전체적인 기간을 봤고, 얼마만큼 할 수 있을 지 논의를 했다.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은 부상 재발도 걱정을 했다.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아쉬워 했다. 그리고 "팀을 이끌어오면서 박주호가 브라질행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는 한번도 예상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윤석영은 후보군에 있는 선수였다. 박주호의 부상과 맞물려 안톤 코치가 영국 현지를 방문해 감독, 코치와 심도깊은 논의를 했다. 박주호의 부상에 대비해서다. 몸상태도 좋고. 컨디션이 좋아 윤석영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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