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전 앞둔 전남 '지더라도 화끈하게' 재밌는 축구론

기사입력 2014-05-08 07:46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이 막을 올렸다.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를 거둔 전남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3.08/

"전남 요즘 엄청 잘한대." "이현승 귀여워." "스테보랑 이종호 완전 잘해."

지난 4월, 전남 광양 중마동의 한 커피전문점. 옆자리에 앉은 10대 소녀들이 축구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핫이슈에 민감한 소녀들이 축구이야기를 시작하면, 대세를 예감해도 좋다. 광양의 소녀들이 전남 축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올시즌 전남의 경기는 재밌다. 10라운드까지 무려 4번이나 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한 리그 베스트매치에 선정됐다. 5일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 11라운드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전남-상주전(4대3 승)은 올시즌 최다 7골이 쏟아진 뜨거운 경기였다. 하석주 전남 감독은 "벤치의 감독 입장에선 피가 마르지만, 팬 입장에선 올시즌 전남 경기중 가장 재밌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예상대로 전남-상주전은 프로축구연맹이 7일 발표한 K-리그 클래식 위클리 베스트 매치에 선정됐다. 올시즌 벌써 5번째다. 지난시즌 단 한번도 베스트매치에 선정되지 못했던, '변방'의 전남이 K-리그 중심에 섰다. 3위라는 순위보다 축구가 재밌어졌다는 찬사가 더 반갑다.

이날 이종호 이현승 방대종의 연속골에 힘입어 전반을 3-1로 앞서던 상황,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하 감독은 '잠그기 전술'을 지시하지 않았다. "4-1, 5-1까지도 더 세게 몰아붙이라"고 주문했다. 후반 상주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3-3, 턱밑까지 추격당하는 상황에서도 비기는 작전을 쓰지 않았다. 홈에선 승리가 절실했다. '최장신 센터백' 코니를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우던 그간의 작전을 바꿔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돌려썼다. 들어간 지 3분만에 기회가 왔다. 후반 41분 이종호가 반대쪽의 코니를 바라보며 올린 크로스를 정확한 헤딩으로 툭 떨궜다. 송창호의 슛이 골망을 파고들었다. 부산전에 이은 시즌 2번째 역전승이었다.

전남은 올시즌 11경기에서 15골을 넣었다. 12개 구단 가운데 포항(23골)에 이어 팀득점 2위다. '전담키커' 현영민-안용우가 가세하면서 세트피스 득점률이 급상승했다. 공중볼 장악력이 좋은 스테보와 이종호와의 원활한 협업도 눈에 띈다. 확실한 득점루트가 생기면서 수비수들은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공격수들을 믿는다. 한방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다. 어느 팀과 만나도 거침없이 치고 받는다.

전남은 10일 오후 4시 스틸야드에서 포항과 '포스코 더비'를 펼친다. 지난달 포항과의 첫 홈경기에선 2대2로 비겼다. 현영민이 코너킥 선제골을 넣었지만 김재성 이명주에게 2골을 허용했고, 이종호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비겼다. 6골을 기록중인 김승대(포항)와 5골을 기록중인 이종호의 '영건' 득점왕 맞대결도 흥미진진하다.

1위 포항(승점 22)과 2위 전북(승점 20), 3위 전남(승점 20)의 승점 차는 불과 2점이다. 주중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전북을 2대1로 꺾은 '리그 최강 토종군단' 포항을 원정에서 꺾기란 쉽지 않다. 전남은 2010년 7월 10일 이후 9경기 전적에서 4무5패로 열세다. 그러나 휴식기 직전 마지막 경기에서 전남이 포항을 꺾고, 전북이 인천에게 지거나 비긴다면 '꿈의 1위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포항은 개막전에서 울산에게 패한 후 홈 5연승을 달리고 있다. 전남은 올시즌 5차례 원정(3승1무1패)에서 수원에게 유일하게 패했다.

'상남자' 하 감독은 패기만만했다. "포항 원정은 당연히 쉽지 않다. 그러나 지더라도 화끈한 경기를 할 것이다. 팬들에게 재밌는 경기를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 포항은 어차피 우리가 한번은 넘어야 할 산이다." 반전축구, 공격축구, 희망축구, 올시즌 전남 축구는 재밌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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