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선언한 박지성(33)이 현역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마지막 주가 시작됐다. 네덜란드의 최고 명문 구단 PSV 에인트호벤이 20일 방한한다. 박지성이 합류한다.
PSV는 22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명문 수원 삼성과 맞닥뜨린다. 이틀 뒤인 24일 오후 2시에는 창원축구센터에서 경남FC와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박지성이 클럽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무대다. PSV의 코리아투어는 KBS 2TV(수원)와 MBC(경남)가 생중계하고, 스포츠조선이 후원한다.
박지성의 고별 경기, 사슬처럼 얽혀있는 인연들이 흥미롭다. 수원의 '인민루니' 정대세(30)가 그 중 으뜸이다. 적에서 동지, 다시 적으로 맞닥뜨린다. 박지성과 정대세의 첫 만남은 그라운드였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예선에서 남과 북으로 충돌했다. 2009년 4월 1일이었다. 박지성은 캡틴, 정대세는 북한의 주포였다. 박지성이 웃었다. 한국이 북한을 1대0으로 꺾었다.
당시 박지성은 세계 최고의 구단 맨유, '재일교포 3세'인 정대세는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급이 달랐다. 박지성은 정대세의 우상이었다. 끈이 연결됐다. 정대세는 박지성자선경기에 두 차례나 출전했다. 1회 대회 때는 부상이었지만 함께했고, 2회 때는 선발 출전했다. 정대세는 "박지성 선수를 평생 모시면서 살 것"이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박지성의 은퇴, 정대세도 아쉬움이 진하다. "한국 민족의 영웅 지성이 형이 은퇴를 해서 너무 외롭다. 이제 못 본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다." 정대세의 진솔한 심경이다. 그래도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영광이다. 그는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이었다. 2009년 서울에서 열린 경기에서 상대팀으로 경기를 펼쳤다. 당시 우리는 지성이 형을 2중, 3중으로 막았다. 보통의 선수였다면 짜증내면서 플레이 리듬이 깨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성이 형은 달랐다"며 "계속 태클이 들어가고 막아도 인상 하나 지푸리지 않더라. 계속 꾸준한 경기력을 이어나가더라. 대단했다. 박지성자선경기에서는 '이 사람이 정말 아시아의 스타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수원의 염기훈(31)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었다. 김두현(32)은 웨스트브롬위치 시절, 박지성과 함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누볐다.
PSV의 두 번째 상대인 경남FC에서도 박지성이 함께 호흡하고 있다. 조원희(31)는 위건 시절, 박지성의 '이웃사촌'이었다. 종종 식사를 함께하며 뜨거운 선후배의 정을 나눴다. 그는 "지성이 형이 축구를 그만둔다고 하니 마음이 짠하다. 지성이 형과 함께 경남 팬들에게 감동의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수문장 김영광(31)은 박지성이 멘토라고 했다. 그는 2006년 독일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박지성과 함께했다. 그는 "내게 훈련의 집중력과 승부 근성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이가 바로 지성이 형"이라며 "지성이 형은 당시 후보였던 나를 보면 항상 '넌 충분히 잘 해. 노력하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말을 반복했다. 브라질월드컵은 응원을 하겠지만 만 35세가 되는 다음 월드컵에서는 꼭 태극마크를 다시 달도록 절대 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성은 후배들과의 대결에서 유종의 미를 노래했다. "PSV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다. 국내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
그는 그라운드를 떠나지만 후배들이 박지성의 길을 지킨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