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브라질 이구아수 공항에서 소규모 응원전을 펼친 멕시코 응원단. 이구아수(브라질)=하성룡 기자
지구촌 최대 축구 축제에 인종, 국적, 성별 구분은 없습니다. 축구가 전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열리는 소규모 응원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홍명보호의 브라질월드컵 상대국인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를 취재하러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다보니, 길거리에서 참 많은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모두 우호적입니다. 축구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동질감이 생기나 봅니다.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 사람들을 만나면 느낌이 묘합니다. 비록 그라운드에서는 치열한 승부를 펼치게 되지만 전쟁터 밖에서는 한 조에 속한 친구가 됩니다. 축구로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벨기에-알제리전이 열리는 벨루오리존치의 호텔에는 알제리 팬들이 특히 많습니다. 길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한국 취재진이냐"며 말을 걸어 옵니다. 서로 엄지를 치켜세우며 '굿 럭(Good, luck)'을 외치곤 대화를 마무리 합니다. 때로는 '우리 국가가 승리할 것'이라며 설전을 벌이기도 하는데, 이것도 월드컵의 묘미입니다.
색다른 볼거리도 있습니다. 3명 이상의 소규모 집단이 생기게 되면 시도 때도 없이 아무데서나 응원을 펼칩니다. 월드컵대표팀을 취재하기 위해 이구아수에 갔을 때 우연히 공항에서 멕시코 팬들을 만났습니다. 비행기가 연착돼 짜증이 날 법도 한데 그 시간마저 즐겁게 보냅니다. 응원을 통해서 입니다. 10여명의 멕시코 팬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섭니다. 멕시코의 전통 모자인 솜브레로를 쓰더니 노래를 합니다. 한국의 '대~한민국, 필승 코리아'처럼 그들만의 응원 노래와 구호가 있는지 일사분란하게 응원을 진행합니다. 공항 대기실에 앉아있던 수 많은 국적의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보내며 응원전을 즐겼습니다. 그때 아르헨티나의 한 팬이 국기를 들고 응원전에 가세했습니다. 사무엘 에토오의 이름이 적힌 카메룬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사람도 슬쩍 응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들의 응원전 덕분에 공항 분위기도 밝아졌습니다.
12일 브라질 상파울루의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안스 스타디움에서 소규모 응운전을 펼치고 있는 칠레 축구팬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개막전이 열리기 하루전인 12일, 상파울루 경기장에서는 칠레 응원단의 깜짝 응원전이 열렸습니다. 단체로 관광을 왔는지 30여명이나 됐습니다. 방송을 좀 아는 사람들인가 봅니다. 처음에 6명으로 시작한 소규모 응원전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방송 카메라가 취재를 시작하며 갑자기 응원 규모가 불어났습니다. '칠레, 칠레, 칠레.' 응원 도구는 필요 없습니다. 커다란 목소리가 최고의 응원 도구입니다. 벨기에 팬들은 조금 험악합니다. 길거리에서 만난 벨기에 청년 세 명이 상의를 벗고 길거리를 활보합니다. 그들은 벨기에 국기를 들고 있었습니다. 기자를 바라보더니 한국인임을 확인한 뒤 갑자기 야유를 보냅니다. 건장한 청년 세 명의 접근하길래 그냥 빨리 자리를 피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아쉬운 점은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막상 브라질 국민들의 대규모 응원은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스폰서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월드컵 휘장이나 로고 사용을 규제하면서 월드컵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 한국의 대규모 길거리 응원이 정말 전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자랑거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브라질월드컵의 첫 주가 마무리돼 갑니다. 지금까지는 모두 조별리그 통과의 부푼 꿈을 안고 즐겁게 축구 축제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2차전, 3차전이 시작되면 각 팀의 운명이 엇갈리고, 길거리 분위기에서도 각국의 희비가 엇갈리겠죠. 그 모습 또한 궁금해집니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