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박주영의 거취는

기사입력 2014-06-30 06:33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H조 1차전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가 18일 오전 (한국시간)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 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의 박주영이 슈팅기회가 무산되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쿠이아바(브라질)=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6.18/

박주영(29)의 세번째 월드컵은 결국 굴욕으로 끝났다.

박주영은 27일(한국시각) 열린 벨기에와의 최종전에서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김신욱(울산)에 스타팅 자리를 내준 박주영은 후반 조커가 유력했지만, 이근호(상주) 김보경(카디프시티) 지동원(도르트문트)에 밀려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4년 전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끈 프리킥 골의 영광은 더이상 없었다. 2경기에서 무득점, 그리고 단 1번의 슈팅, 박주영이 브라질월드컵에서 남긴 기록이었다.

출발부터 쉽지 않았던 브라질월드컵이었다. 지난 3월 그리스전에서 1년1개월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박주영은 보란 듯이 복귀골을 쏘아올렸다. 그러나 시련이 이어졌다. 이후 무릎 위 근육 부상에 시달렸고, 발가락에 염증이 생겼다. 염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결국 귀국을 택했다. 다시 한번 논란이 박주영을 휘감았다. '특혜 시비', '황제 훈련'로 얼룩졌다. 박주영은 브라질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스스로를 '시한부 인생'으로 규정지었다. "국민 여러분이 원하지 않으신다면 굳이 월드컵에 참가할 생각은 없다.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국민들을 대표하는 것인데 국민들께서 원하지 않으신다면 태극마크를 달고 뛸 의미가 없다. 하지만 만약 국민 여러분께서 응원을 보내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박주영은 이번 브라질월드컵에 사활을 걸었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브라질로 가기 전 지인들에게 "이번 브라질월드컵이 나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은퇴'를 암시하는 얘기도 했다. 청소년대표 시절 축구천재로 시작해, 사상 첫 원정 16강과 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주역이 된 그에게 월드컵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최상의 무대였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부터 함께 한 홍명보 감독과 후배들은 최고의 파트너였다.

준비 기간 내내 분위기메이커를 자청했다. 그라운드 밖에서 과묵한 박주영이지만, 후배들 앞에서는 수다쟁이가 따로 없었다. 훈련 후에는 고참선수들과 함께 분석을 위한 시간도 가졌다. 하지만 막상 경기력이 따라주지 못했다. 광활한 활동 반경은 그대로지만 수비수들을 단번에 허무는 파괴력은 떨어졌다. 연계 플레이도 눈에 띄지 않았다. 상대 수비라인의 위협이 되지 않았다. '의리' 논란으로 비난까지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무적선수로 전락했다. 아스널은 벨기에전이 열린 당일, 니클라스 벤트너, 바카리 사냐 등과 함께 박주영과의 결별을 공식발표했다. 명예로운 마침표는 고사하고 그동안 쌓은 찬란한 커리어까지 모두 무너졌다.

이제 박주영 앞에는 두개의 갈림길이 놓였다. 첫번째는 당초 계획한대로 대표팀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두번째는 화려한 퇴장을 위해 다시 한번 명예회복에 나서는 것이다. 어떤 선택이던간에 결정은 박주영의 몫이다. 월드컵이 끝났다고 한국축구도 끝이 난 것은 아니다. 박주영은 여전히 한국축구의 귀중한 자산이다. 그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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