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올스타전을 앞두고 한국 축구의 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박지성, 이영표의 그라운드에 대한 의지는 현역 K-리거인 차두리(서울)와 김승규(울산)에 못지 않았다. 이들의 유쾌·상쾌·통쾌한 입담에 2014년 K-리그 올스타전을 향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1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올스타전 기자회견에서는 시작부터 유쾌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오래간만에 K-리그 올스타전에 참가해서 기쁘다. 내가 올스타전 최초로 자책골 기록이 있다. 유일무이하다.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역대 자책골이 단 1골인데, 주인공이 나다." '만담'에 가까웠던 기자회견의 포문을 이영표가 열었다. 이영표는 안양LG(현 서울) 시절이던 2000년 올스타전에서 자책골을 넣으면서 웃음을 선사했다. 당시 터진 자책골 이후 지금까지 올스타전에서는 자기 골문을 연 선수는 없다. 이영표는 올스타전 자책골의 '아픔(?)'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자책골을 넣었을 때 나는 올스타전이라 웃으려 했는데 동료들이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쳐다봐서 상처가 남았다. 동료들이 나를 봤던 시선을 아직도 잊지 못하겠다"면서 "개인적인 목표는 자책골을 넣지 않는 것이다. 자책골이 2골이나 되면 정말 깨지기 힘든 기록이 될 것"이라고 밝혀 기자회견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최고참 선배의 유머에 후배들이 맞불을 놓았다. 박지성은 '최고의 자리'를 노렸다. 박지성은 "K-리그에서 활약할 기회가 없어 올스타전 출전 기회도 없었다. 2년 전 2002년 멤버로 참가한 올스타전에서 상당히 좋은 기억을 만들었다. 이번이 두 번째 올스타전 참가인 만큼 최우수선수(MVP) 자리를 노려보겠다"고 했다. 박지성이 MVP에 등극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득점이다. 박지성의 의지를 확인한 이영표가 후배의 마지막 은퇴경기를 위해 지원군으로 나섰다. 그는 'K-리그 올스타전의 경기 결과와 득점자를 예상해달라'는 질문에 "K-리그 올스타팀의 득점을 예상하기 힘들지만 확실한 건 박지성이 1골을 넣을 것 같다"면서 "지성이의 은퇴식을 겸하고 있으니 양심상 1골은 넣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후배의 생각은 달랐다. '팀 박지성'을 상대해야 하는 K-리그 올스타팀의 수문장인 김승규가 '1골'을 외치는 선배들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 "올스타전 팬투표 1위 김승규입니다"라며 의기양양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나도 올스타전에서 이영표 선배처럼 기록을 남기고 싶다. 올스타전 최초 무실점 기록에 도전하겠다"면서 "팬들이 골을 막는 모습을 기대할 것이다. '팀 박지성'의 공격을 다 막아 무실점으로 끝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성이가 한 골은 넣어야 한다"며 이영표가 공세를 펼쳐도 김승규의 의지는 굳건했다. "박지성 선배가 2개월을 쉬었다고 했다. 나도 부상으로 2개월 쉬어봐서 아는데 두 달 쉬면 힘들어서 골 넣기 어려울 것이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후배의 당찬 의지에 웃음으로 답을 했다.
올스타전에서 휘슬을 부는 K-리그 감독들도 화제였다. 경기장 가까이에서 본게 많은 만큼 할 말도 많았다. 박지성이 "감독님들이 벤치에서 언성을 많이 높이시는걸 봤는데 나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자 김승규는 "그동안 감독님들이 심판에게 하신대로 나도 똑같이 하겠다"고 했다. 차두리와 이영표는 몸을 사렸다. 차두리는 "심판 판정을 존중하겠다"고 했고 이영표는 "심판 판정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자책골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차두리는 소속팀 사령탑인 최용수 FC서울 감독 '찬양론'을 펼쳐 웃음을 자아냈다. "최용수 감독님은 최고의 명장이자, 하늘같은 스승님이다. 전술적으로 굉장히 뛰어나시다.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다. 사랑합니다 감독님."
화려한 입담만큼 올스타전 그라운드에서도 화려한 볼거리가 펼쳐질 것 같다. 네 명의 올스타전 출전 선수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정말 많은 준비를 해서 팬들이 즐거운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