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박주영이 중동에 가겠다고 하는건가."
평소 박주영(29)을 잘 알던 지인은 대뜸 통화 첫 마디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스포츠조선이 30일 전한 박주영의 알샤밥행 소식은 놀라움이었다.
박주영이 100일 간의 장고 끝에 새 둥지를 찾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샤밥은 1일(한국시각)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박주영과의 계약 소식을 전했다. 계약기간은 1년, 세부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바니야스에서 8개월 계약 조건으로 제시한 100만달러(약 11억원)보다는 높은 조건을 제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현지 언론들도 박주영 영입 소식을 전하면서 알샤밥의 발표를 확인했다. 박주영은 1일 알샤밥의 연고지이자 사우디의 수도인 리야드로 이동해 계약서에 사인할 예정이다.
박주영은 오래 전부터 중동팀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아스널의 부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라는 상품성, 실전에서 확실하게 활용할 수 있는 카드라는 점이 작용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전후해 사우디, 쿠웨이트 등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친정팀 FC서울 시절 은사인 세뇰 귀네슈가 이끌고 있는 부르사스포르(터키)에게도 영입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박주영은 한사코 거절했다. 빅리그를 향한 도전 의지가 강했다. 금전적인 이익보다는 빅리그에 머물면서 실력을 시험해보는 쪽을 택했다. 자유계약(FA) 신분인 만큼 이적기간의 제약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점도 유럽행 의지를 굽히지 않은 배경이다. 박주영은 국내에 머물면서 서울의 훈련장인 구리챔피언스파크에서 몸을 만들며 때를 기다렸다.
최근 변화가 일었다. 유럽 여름이적시장이 마감된 9월부터 중동 무대에 정통한 지인들을 통해 중동 리그 여건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긍정적인 답을 얻은 뒤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3개월 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면서 실전 감각은 바닥을 쳤다. 태극마크에 대한 애착도 고민을 깊게 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완수하지 못한 고참의 한이 가슴 깊이 남아 있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출전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반세기 동안 태극전사들의 품에서 멀어진 아시아 정상의 자리, 박주영의 열망도 맞닿아 있다. 태극마크를 다시 달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새 둥지 찾기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소속팀에서의 기량을 강조하는 부분도 박주영의 마음을 흔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알샤밥의 손을 잡았다.
알샤밥은 알힐랄, 알이티하드와 함께 사우디 리그를 대표하는 명문팀이다. 1947년 창단했으며, 한때 곽태휘(알힐랄)가 활약했던 팀으로도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올 시즌 리그 6경기를 치른 현재 승점 16으로 4위를 기록 중이다. 수비에 비해 공격은 다소 무디다. 6경기를 치르면서 단 2실점을 했으나, 10골을 넣는데 그쳤다. 조제 무리뉴 감독과 함께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 첼시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조제 모라이스가 팀을 이끌고 있다. 박주영은 사우디 국가대표 공격수로 6경기서 6골을 넣은 간판 공격수 나이프 하자지,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 호제리뉴와 주전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점쳐진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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