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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인천 문학경기장.
경비태세는 철저했다. 관중 입장이 임박했던 오후 5시. 경기장 한구석에서 긴장한 목소리의 구호가 잇달아 들리더니 이내 그라운드 트랙을 따라 70여명의 경찰들이 3m 간격으로 그라운드를 빙 둘러쌌다. 남북공동응원단이 자리를 잡은 남측 관중석에는 50여명의 경찰들이 사각형으로 둘러싸면서 일반 관중과의 충돌상황에 대비했다.
그라운드에는 불꽃이 튀었다. 금메달을 걸고 싸우는 두 팀은 양보가 없었다. 전반 15분 이재성(22·전북)이 북한 수비수 김철범(21)과 볼 경합중 쓰러져 실려나간 뒤 분위기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3분 뒤 김철범이 볼 경합을 하던 이용재(23·나가사키)의 얼굴을 어깨로 쳐 쓰러졌다. 전반 21분에는 김승대(23·포항)가 문전 쇄도 중 북한 골키퍼 리명국(28)을 넘어뜨리자 북한 주장 장성혁(23) 등이 달려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라크 출신의 아딥 알자위 주심이 양팀 주장을 불러 냉정을 호소했지만, 달아오른 분위기는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몰랐다. 관중석에선 이광종호를 향한 일방적인 응원이 이어진 가운데, 남북공동응원단과 50여명의 북한 선수단이 경찰 보호를 받으면서 조심스럽게 '통일조국' '잘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후반전에도 분위기는 수그러들 줄 몰랐다. 후반 1분 김승대의 크로스를 문전 쇄도하며 헤딩슛으로 연결하려던 이종호가 리명국의 펀칭에 얼굴을 맞고 쓰러지자 또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4분 뒤 북한 벤치 앞에서 이종호가 북한 윤일광에 밀려 넘어지자 이 감독이 달려가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혈전. 승리의 여신은 연장 후반 종료 직전에야 한국의 손을 들었다. 36년 만에 다시 펼쳐진 남북축구의 '달콤살벌한' 재회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