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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이었다.
대단한 신경전이었다. 서울은 올시즌 상주가 걸림돌이었다. 올시즌 원정에서 2전 전패했다. 불과 열흘전에도 상주는 서울을 홈으로 불러들여 1대0으로 승리했다. 당시 박항서 상주 감독은 "FA컵과 리그는 또 다르다.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FA컵 보다는 리그가 더 중요하다"며 한 발을 빼는 듯 했다.
현실은 달랐다. 상주는 이날 베스트 11을 풀가동했다. 경기를 앞둔 박 감독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어려운 질문"이라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 "리그가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다음 경기인 포항전은 신경 안쓴다. 결승가면 우승이나 똑같다. 오늘 이기면 포상 휴가를 건의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재미난 변수도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국군체육부대장 윤흥기 준장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첫 지방 나들이로 상주를 선택했고, 윤 준장은 올시즌 서울과의 홈과 원정 모두 경기장을 찾았다. 박 감독은 "부대장이 FC서울 팬"이라며 웃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박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의 방문은 우리와 관계가 없지만 부대장님의 방문은 선수들에게 힘을 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최 감독은 부대장 방문이 찜찜하지만 더 이상 신경쓰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더 이상 부대장 방문은 상관없다. 특박이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만 우린 슈틸리케 감독이 온다. 우리 선수들의 촉이 빠르다. (부대장과 대표팀 감독)무게 차이가 크다"며 의심 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또 "슈틸리케 감독과 국군체육부대장 가운데 누구의 영향력이 더 센지 경기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위력이 더 강했다. 서울은 상주 원정에서 더 이상 울지 않았다. 클래식 5위 서울(승점 49), 11위 상주(승점 29), 현주소가 FA컵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제 결승 한 고개만 남았다. 우승컵과 함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티켓이 걸렸다. 최 감독은 "1998년 이후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올시즌을 무관으로 끝낼 수 없다"며 "결승전에서 올시즌의 모든 것을 걸겠다. 결국 운명은 감독의 머리가 아닌 선수들의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선수들이 증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은 올해 ACL 4강에서 멈췄지만 FA컵에서는 또 다른 역사를 썼다. 최후의 도전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상주=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