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의 고리' 이란-케이로스 감독에게 설욕을 꿈꾼다

기사입력 2014-11-20 06:54



이란, 그리고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한국 축구에 아픔과 울분을 동시에 선사하는 두 단어다. 한국 축구가 다시 한 번 이란에 진 빚을 청산하는데 실패했다.

40년 묵은 '아자디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슈틸리케호가 이란과의 원정 평가전에서 0대1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의 '아자디 성적표'는 2무4패가 됐다. 이란과의 역대 전적에서도 9승7무12패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란전 세 경기 연속 0대1 패배다. 패턴도 비슷하다. 0-0으로 팽팽한 접전을 펼치다 역습에 의해 골을 허용하는 패턴이다.

이번 이란 원정에서 승리 의지는 어느때보다 컸다. 징크스를 넘어 한국 축구에 뿌리 깊게 내린 이란과의 질긴 악연 때문이다. 1996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전에서 당한 2대6 대패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2009년 테헤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이란의 자바드 네쿠남은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며 태극전사들의 자존심을 긁었다. 악연의 역사는 2013년 6월로 이어졌다.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최종전, 한국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기쁨도 누리지 못했다. 이란에 0대1로 분패했고 경기 종료 이후 더 큰 충격에 빠졌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이 한국의 벤치로 달려와 최강희 전 A대표팀 감독(현 전북 감독)과 코칭스태프에게 '주먹 감자'를 날렸다. 비신사적인 행위, 패자에 대한 예의는 눈을 씻고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당시의 선수, 감독 그대로였다. 1년 5개월만에 갖게 된 빚청산의 기회였다. 태극전사들은 '설욕'을 꿈꿨다. 이란에 당한 '굴욕의 역사'를 전해들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A대표팀이 이란 원정에서 그동안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잘 알고 있다. 이번 원정은 이를 되갚아 줄 기회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반면 케이로스 감독은 사과의 제스처를 취했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과거는 과거고 이제는 축구를 즐기자"며 화해의 손길을 건넸다.

'악어의 눈물'이었다. 오심골로 인해 본색이 다시 드러났다. 0-0으로 맞선 후반 37분, 한국의 페널티박스 앞에서 네쿠남이 찬 프리킥이 양쪽 골포스트를 차례대로 강타했다. 이 때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몸을 날리며 공을 잡았지만 문전으로 쇄도하던 아즈문이 김진현을 밀치며 머리로 공을 밀어넣었다. 태극전사들은 골키퍼 차징 파울을 주장했지만 주심은 득점을 인정했다. 리드를 잡자 '침대축구'가 재등장했고, 시간을 끌기 위해 공마저 감추고, 이를 저지하는 곽태휘(알 힐랄)와의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경기 종료 후에도 몸싸움은 지속됐다. 이 때 케이로스 감독이 또 다시 등장했다. 그라운드로 난입해 이청용과 구자철(마인츠)을 건드리며 화를 실랑이를 벌였다. 이란과의 '악연의 역사'에 발을 들여 놓은 슈틸리케 감독도 잔뜩 화가 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주심과 부심 모두 큰 오심을 범했다. 오심으로 먹은 부당한 골을 용납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좋은 심판과 함께 이란과 다시 맞대결을 펼치고 싶다"며 날을 세웠다. 케이로스 감독은 장외 설전을 이어갔다. "깨끗한 프리킥 골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오심이라고 하지만 그의 견해일 뿐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는데 깜짝 놀랐다."

악연은 이어지고 복수의 기회는 또 찾아온다. 2015년 1월에 열리는 아시안컵이다. 한국이 A조, 이란이 C조에 편성돼 조별리그에서는 만나지 못하지만 4강에서부터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열린다. 복수의 칼을 갈 시간을 충분하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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