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15 K리그 개막 라운드를 펼쳤다. 지난 시즌 2위를 차지했던 수원과 2년 만에 K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포항의 맞대결이다. 경기 전 포항 황선홍 감독과 수원 서정원 감독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3.08
"지난해 수원전에서 아픔이 컸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지난해 최종전 패배의 아픔을 되새김질했다. "작년에는 우리가 포항에 칼을 갈았는데 반대 상황이 됐다. 선수들 정신 무장이 중요하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이를 악 문 포항 선수들의 정신력을 경계했다.
수원과 포항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라운드가 지난해 최종전의 아픔, 추억과 함께 시작됐다. 2014년 11월 30일, 클래식 최종전에서 포항은 안방에서 수원에 1대2로 역전패했다. 이 승부로 포항의 2015년 운명이 엇갈렸다. 수원전에서 비기기만해도 3위를 차지, ACL 출전권 0.5장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포항이 4위로 밀려났다. 마지막 ACL 티켓은 최종전에서 제주를 꺾은 서울에게 돌아갔다. 운명이 얄궂다. 공교롭게도 최종전에서 아픔을 안겨준 수원이 2015 개막전 상대였다. 황 감독은 복수를 외쳤다. 그리고 포항의 복수심이 수원의 정신력을 무장해제시켰다. 포항이 퇴장 변수와 수원의 체력 열세를 활용, 개막전에서 패배의 아픔을 되돌려 줬다. 포항과 수원의 2015년 첫 대결은 포항의 1대0 승리로 끝이 났다.
ACL 출전, 손익 계산은?
지난해 희비를 엇갈리게 한 ACL이 양팀의 최대 변수로 떠 올랐다. 수원에 패해 ACL에 진출하지 못한 포항의 황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반면 2년만에 ACL에 복귀한 수원의 서 감독은 'ACL 변수'에 우려를 드러냈다. 황 감독은 "ACL을 치르지 않아 경기 감각이 문제가 있으니 초반에 조심해야 한다. 컨트롤이 중요하다. 하지만 25~30분을 넘어서면 좋아질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서 감독은 "3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게 됐다. ACL을 치르다보니 다음 상대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서 힘들다. 포항은 오랫동안 수원에 대비했을 것이다. 포항은 ACL을 통해 우리 경기를 많이 봤을 것이다." 두 감독은 ACL 변수에 맞춰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줬다. ACL 2경기에서 같은 베스트 11을 꺼내든 서 감독은 레오와 민상기를 선발로 출격시켰다. 체력 고갈에 대비한 로테이션이었다. 황 감독은 무게 중심을 후반에 뒀다. 중국 원정을 다녀온지 나흘만에 경기에 나선 수원의 체력을 공략 포인트로 삼았다. "김승대가 히든카드다." 황 감독은 팀 전력의 핵인 김승대와 고무열을 교체 멤버에 넣었다. 외국인 공격수 모리츠와 심동운이 빈자리를 메웠다. 선발 명단을 본 서 감독은 "포항이 후반에 승부를 띄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15 K리그 개막 라운드를 펼쳤다. 지난 시즌 2위를 차지했던 수원과 2년 만에 K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포항의 맞대결이다. 전반 44분 수원 오범석(왼쪽)이 엘로우카드 두 장으로 레드카드를 받으며 퇴장을 당하고 있다.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는 오범석.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3.08
퇴장이 바꿔 놓은 흐름
전반은 수원의 흐름으로 진행됐다. 베이징 원정에서 양상민의 퇴장으로 10명으로 그라운드를 지킨 수원은 체력 열세에도 홈 개막전에서 포항을 강하게 압박했다. 날카로운 창을 숨긴 포항은 수비에 무게를 두고 역습을 노렸다. 그러나 팽팽했던 0-0의 승부는 두 장의 옐로 카드로 균형이 깨졌다. 수원의 수비수 오범석의 퇴장이 결정적이었다. 프리킥 상황에서 포항 수비수 배슬기와 몸싸움을 벌이던 오범석이 두 차례나 파울을 범하며 옐로 카드를 잇따라 수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받은 경고 두 장, 퇴장이었다. 베이징 원정에 이어 2경기 연속 10명이 경기를 치른 수원은 어쩔 수 없이 플랜B를 꺼내 들었다. 득점왕 출신의 산토스를 빼고, 수비수 신세계를 투입해 밸런스 맞추기에 주력했다. 그러나 앞서 ACL 2경기나 치른 수원의 체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올 시즌 첫 경기를 치른 포항의 힘은 여전했다. 후반에 체력을 앞세워 승부를 내려던 황 감독의 노림수 전략도 오범석의 예기치 않은 퇴장으로 날개를 달게 됐다.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15 K리그 개막 라운드를 펼쳤다. 지난 시즌 2위를 차지했던 수원과 2년 만에 K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포항의 맞대결이다. 포항 손준호가 후반 선취골을 기록했다. 팬들을 향해 환호하고 있는 손준호.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3.08
'믿을맨' '히든카드'로 이뤄낸 '승리 찬가'
후반 10분, 황 감독이 승부수를 띄었다. 아껴뒀던 김승대 고무열 교체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라자르, 모리츠의 투톱 공격이 김승대를 중심으로 한 원톱 공격으로 바뀌면서 미드필드 플레이가 강화됐다. 고무열의 돌파는 힘이 빠진 수원의 측면을 흔들어 놓았다. 김승대와 고무열이 투입된 시점부터 포항은 밀리던 볼 점유율을 뒤집었다. 경기 흐름을 주도하며, 찬스를 노렸다. 그리고 황 감독이 올 시즌 '키 플레이어'로 꼽은 수비형 미드필더 손준호가 통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결승골을 찔러 넣어 승부를 갈랐다. 2년차 '신예' 손준호는 후반 27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 없이 빈 공간을 홀로 차지하게 됐다. 오른 측면을 돌파한 고무열에게 수원 수비수들의 시선이 쏠린 틈을 노렸다. 그리고 볼을 건네 받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수원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포항은 공격수 모리츠 대신 수비수 김준수를 투입해 수비를 강화했다. 수원은 공격수 카이오, 이상호를 집어 넣으며 동점골을 노렸지만, 안방에서 포항전 3연승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복수를 노린 포항의 2015년 개막전은 노림수, 퇴장으로 인한 변수가 춤을 춘 가운데 승리로 막을 내렸다. 황 감독은 '믿을맨' 손준호를 향한 칭찬으로 개막전 승리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작년에도 신인으로 좋은 활약을 했다. 더 잘하려 하지 말고 지금만 유지해줬으면 좋겠다. 심리적인 컨트롤만 하면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반면 서 감독은 경기 흐름을 바꿔 놓은 오범석의 퇴장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ACL에 이어 두 경기 연속 10명으로 싸워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체력적인 부분, 숫자 싸움에서 졌다. 11명이 경기를 했으면 지지 않았을 것이다. 퇴장이 아쉽다"고 했다. 수원=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