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모범→클래식 망신' 5개월 간 대전에 무슨일이

최종수정 2015-04-09 07:39


지난해 11월이었다.

대전 시티즌은 꽃길을 걸었다. 압도적 차이로 K리그 챌린지 우승을 확정지었다. K리그 클래식에서 강등된 대전은 뼈를 깎는 고통으로 체질개선에 나섰다. 고질적인 재정 문제도 상당부분 해결하는 등 1년 만에 확달라졌다. 챌린지의 모범이 된 대전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2015년 4월, 대전을 바라보는 상황은 우울 그 자체다. 클래식의 벽은 높았다. 4전4패 1득점-12실점이다. 리그 초반이라 섣부른 전망은 금물이지만 이대로 가면 또 다시 강등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내부 동력을 잃었다는 점이다. 운영진과 프런트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불과 5개월 만에 대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전은 2월 전득배 사장이 취임했다. 전 사장은 권선택 대전시장의 선거 캠프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행보도 갈지자였다. 강도 높은 개혁을 펼친 김세환 전임 사장과 여러면에서 비교가 됐다. 전 사장은 불통 행보를 이어갔다. 자금 확보는 물론 선수단 문제에도 손을 내려놨다. 대전 관계자는 "성적이 현재 이 정도로 추락했는데 팀장급들에게 현 상황을 분석하고 타개하기 위한 보고서 한장 요구하지 않았다. 선수단 구성위원회를 비판하며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상황을 피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대전 프런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리그 구단 최초로 노조를 설립했다. 대전 구단 노조 설립은 전 사장이 부임한다는 소문이 들려오는 시점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대전 노조는 단순히 처우개선을 위한 민생노조가 아니다. 정치적 이슈에 따른 외풍에서 벗어나 프로답게 구단을 운영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대전 100년 클럽'을 위한 6계명도 준비했다. 노조위원장인 최경덕 홍보팀장은 "우리의 밥그릇 지키기로 비춰질 것에 대한 걱정도 있다. 하지만 정말 프로 구단답게 비전과 중장기 계획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외부 압력에서 자유로워지자는 게 노조 설립의 취지"라고 했다. 이미 한명을 제외하고 전 직원이 노조에 가입한 상태다. 하지만 전 사장과 정식 단체교섭이 펼쳐지지 않아 반쪽 자리 노조로 이어지고 있다.

전 사장과 프런트의 갈등은 사무국 조직개편 문제로 폭발했다. 4일 전 사장과 사무국 팀장 3명이 미팅을 가졌다. 사무국 팀장들은 전 사장의 조직개편 추진을 보류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전 사장은 이 안을 그대로 추진했고, 일부 팀장급들과 마찰을 빚었다. 전 사장은 노조 협상 무기한 연기를 선언했고, 9일 예정된 이사회 안건에 그대로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전 사장이 추진하는 조직개편의 골자는 사무국장 부활과 옥녀봉체육공원 사업팀 신설이다. 전 사장은 "인사이동은 회사에서 늘 있는 일이다. 대표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늘 고민하는 자리다. 현재 클래식 구단 중 팀장이 국장 이상급 회의에 참석하는 팀은 대전 뿐이다. 이사회에서 통과할지 여부도 미지수다"고 했다.

하지만 전 사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전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인사는 팀이 연패에 빠진 원인을 직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으며,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인사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전 직원들 처우는 작년보다 더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사무국장 등 추가인력에 1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대전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직제 개편의 문제점과 선수선발위원회 존속의 정당성을 호소했다. 대전 노조는 이사회에서 전 사장이 내세운 안이 통과될 경우 서포터스, 대전시축구협회 등과 연계해 단체 행동을 취할 계획도 세웠다.

대전에 불어오는 잔인한 4월의 바람이 어떻게 마무리될까. 시민구단의 우울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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