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 "매 경기 공격P 작성이 목표"

기사입력 2015-05-15 17:21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멀고 먼 길을 돌아왔다.

한국 여자 축구의 대들보 박은선(29·로시얀카)이 다시 제 자리를 잡는데 12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위례정산고 재학 중이던 2003년 언니들과 함께 당당히 세계 무대를 밟았다. 한국 여자축구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의 길에 함께 했다. 언니들을 제치고 주전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려 본선 3경기를 모두 뛰었다. 비록 3전전패를 당했으나 탈아시아급 선수로 성장하는 자양분이 되기엔 충분했다. 날개를 달고 뛰어 오를 것처럼 보였던 박은선은 방황 또 방황했다. 여자 축구의 미래라는 과분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사회생활을 해보겠다'며 선수단을 뛰쳐 나간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 쌓은 추억까지 잊을 수는 없었다. 2012년 그라운드로 복귀한 박은선은 착실히 몸 상태를 끌어 올려 지난해 꿈에 그리던 해외무대 진출까지 성공했다.

더 이상 막내가 아니다. 12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는 여자 대표팀의 어엿한 고참이다. 이번 대표팀 선수단에서 월드컵 무대를 경험해 본 선수는 박은선과 골키퍼 김정미(31·현대제철)가 유이하다. 서른 줄에 접어든 박은선에게 미래는 불투명하다. 적지 않은 나이, 아직 아시아 최강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한국 여자 축구의 현실상 다음 대회를 기약할 수가 없다. 대회를 준비하는 박은선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15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모습을 드러낸 박은선은 "팀의 목표는 일단 첫 승"이라며 "개인적으로는 경기당 한 골, 아니면 최소한 경기당 공격 포인트를 하나씩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윤덕여 감독이 발표한 23명의 본선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린 박은선은 "갑자기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짐을 싸서 들어왔다"고 웃으며 "양쪽 발목 통증이 있어 이번 주에는 재활 및 치료에 전념하고 다음 주부터 본 운동을 할 것 같다"고 몸 상태를 설명했다. 그는 "20일 미국으로 떠나서는 몸 상태를 더 끌어올려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준비하겠다"며 "지소연과도 좋은 호흡을 맞춰서 팀 성적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평가전에 나섰던 박은선은 "그때 몸 상태가 100%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대만큼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며 "(지)소연이는 내가 좋아하는 선수고 잘하는 선수기 때문에 이번에는 함께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박은선은 "2003년에는 어릴 때였기 때문에 가서 구경만 한 것 같다"며 "그때 경험으로 후배들에게 '주눅이 들지 말고 우리 할 것만 하면 된다'고 조언을 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후배들이 다른 A매치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잘할 것"이라며 "어제 와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활기차게 열심히 하더라"고 만족스러워했다. 한때 이슈였던 '성별 논란'을 두고도 "이미 지나간 안 좋은 기억을 들춰낼 필요는 없다"고 마음을 다잡으며 "운동을 그만두기도 했고 방황도 많이 했지만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잘하는 모습을 꼭 보여 드리고 싶다"고 성숙했음을 드러냈다.

박은선은 "나는 이제 선수로 뛸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지만 후배들은 그렇지 않다"며 "국내 리그에 관중도 많이 오시게 하려면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월드컵의 의미는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1차전 상대가 브라질이라고 '비기자'는 팬들이 계시지만 운동선수로서 모든 경기는 이기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며 "여자축구는 분위기가 또 중요하기 때문에 첫 경기에서 이기면 기세가 쭉쭉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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