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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홀린 듯 했다.
제주는 2006년 제주도로 연고지를 옮겼다. 원정징크스의 실체를 찾기 위해 2006년부터 지금까지 홈 원정 성적을 분석해봤다. 기록은 컵 대회 포함이다. 정해성 전 감독이 이끈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제주는 21승24무34패를 거뒀다. 승률은 41.7%였다. 홈과 원정의 승률이 차이가 컸다. 홈에서는 53.9%(15승11무12패)인데 반면, 원정에서는 15.9%(6승13무22패)에 그쳤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알툴 전 감독 시절에는 홈과 원정의 승률 차이가 없었다. 홈에서도 40%(10승8무17패), 원정에서도 40%(9승10무16패)였다.
원정징크스의 실체는
그렇다면 원정징크스가 유독 제주에만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정징크스라는 단어가 처음 제주에 등장한 것은 박경훈 감독 시절이다. 준우승을 했던 2010년에는 홈 81.3%-원정 63.3%로 모두 높은 승률을 올렸지만, 2012년과 2013년은 각각 홈 73.3%-원정 43.3%, 홈 65.9%-원정 40.9%로 편차가 컸다. 성적도 추락했다. 박 감독은 성적 부진의 원인으로 원정 성적을 꼽았다. 코칭스태프와 전력강화팀이 함께 원정징크스 타파를 위한 태스크포스팀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비행기 탑승에 따른 신체 리듬의 변화, 긴 이동시간에 따른 피로도, 육지와 다른 제주도만의 독특한 토양과 기후 등 원정징크스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쏟아졌다. 스페인의 마요르카, 이탈리아의 팔레르모 등 섬팀들까지 연구했다. 하지만 원인과 원정 성적에 대한 뚜렷한 역학관계가 나오지 않았다. 실제 선수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원정이라고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고 한다.
제주를 거친, 현재도 제주에 있는 관계자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심리적 부분을 지적했다. 8년간 제주의 코칭스태프로 있었던 최영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은 "정신적인 부분이 크다. 원정도 한 시즌 경기 중 하나다. 홈과 원정 성적을 너무 구분지으며 파고 들어갔다. 모르고 지나갔으면 흔히 있는 패배 중 하나였는데,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다보니 징크스 때문인 것 처럼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은 원정징크스가 여러차례 보도되며 선수들이 너무 원정징크스를 인식하게 된 것도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제주의 터줏대감인 김장열 트레이너는 "처음 제주에 올때 우울증이 왔었다. 하지만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된 문제다. 결국 심리적인 문제다. 우리 스스로 원정징크스에 얽매이는 것이 크다"고 했다. 조성환 현 감독 역시 원정징크스를 심리적인 부분으로 간주했다. 조 감독은 "2군 감독을 거쳐 1군 감독이 되면서 원정징크스는 강인찬 체력과 멘탈로 이겨낼 생각이었다. 경기력이 나쁘다면 전술과 선수 교체로 변화를 꾀할텐데 크게 손볼만큼 원정 경기력이 나쁜 것은 아니다. 결국 우리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한번만 이긴다면 분명 반전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원정징크스는 제주 스스로가 만든 굴레다. 제주는 원정 2연전을 앞두고 있다. 반전을 가져올 수 있는 첫 승을 위해 선수단도, 구단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21일 대전전 이후 계속 대전에 머물며 24일 대전코레일과의 FA컵 원정경기를 준비했다. 조 감독은 베스트11을 출격시킬 계획이다. 일단 1승이 중요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