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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울산 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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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일본 미야자키.
훈련장에서 만난 김치곤(33·울산)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일본실업리그(JFL) 혼다FC와의 연습경기서 부상하며 막 재활을 시작하는 단계였다. 부상은 프로에게 숙명처럼 따라다닌다. 하지만 2002년 안양LG(현 FC서울)서 프로에 데뷔한 이래 13시즌을 거치면서 부상이라는 단어를 몰랐던 김치곤에겐 적잖은 충격이었다. 이를 문 끝에 친정팀 FC서울과의 개막전에 모습을 드러내며 우려를 털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포항전에서 다시 부상하며 다시 재활이 시작됐다. 4월 중순 한 차례 복귀를 했으나 완전치 못한 몸 상태만 확인했을 뿐이다. 주변에선 '김치곤도 이제 다 됐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김치곤은 17일 전북전에 이어 21일 인천전까지 2경기 연속 선발출전하면서 복귀를 알렸다. 인천전에선 경기시작 12분 만에 동료 유준수가 퇴장 당하면서 체력 소모가 극심했으나, 90분 동안 자리를 지키며 1대1 무승부에 일조했다. 이튿날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치곤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유)준수가 원래 그런 친구가 아닌데 어제는 약간 흥분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무슨 말을 건네는 것보다는 본인이 푸는 게 좋다고 생각해 지켜보는 중이다." 긴 공백은 그동안 잊고 있던 그라운드의 소중함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김치곤은 "부상 뒤 빨리 복귀를 해야 한다는 의욕이 앞서다보니 다시 다쳤다"며 "두 번이나 부상을 하니 지인들이 '적잖은 나이'라는 말을 하더라.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상이라는 말을 몰랐는데, 올해만 벌써 두 번이나 다치니 이제 쉽진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웃었다.
김치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울산 주장 역할을 하고 있다. 풍부한 경험과 투지, 리더십이 윤정환 감독에게 어필했다. 때문에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동안 이어진 팀 부진이 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김치곤은 "다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팀까지 부진하니 (팀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면서도 "그동안 (부진은) 선수들의 자신감이 처졌을 뿐이라고 본다. 매 경기 승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비기거나 패했다. 인천전도 경기 초반에 한 명이 퇴장 당하면서 운이 따라주지 않은 면이 있었다. K리그 팀들과의 경기는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과감해져야 한다. 우리 선수들 스스로 너무 조심스럽게 뛴 것은 아닌 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욕은 최고라고 본다. 인천전 후반 막판에는 정말 좋은 경기를 했다. 선수들 스스로 느낀 점이 많았을 것"이라고 다가올 반전을 노래했다.
김치곤에게 '은퇴'는 더 이상 낮선 단어가 아니다. 언젠가 다가올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기 위해 매번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김치곤은 "한 경기를 뛰어도 '잘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다 됐다'는 말을 듣는 순간 끝이다. 이제 (주전경쟁에서) 밀리면 다시 기회를 잡기는 어렵다"며 "나이를 먹을수록 축구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선배들이 '축구를 좀 알 것 같으면 은퇴를 하더라'고 하는데, 그 전에 먼저 깨우치고 싶은 욕심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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