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vs정대세, '절친'도 칼가는 슈퍼매치 승부

최종수정 2015-06-26 07:03


"두리형은 평소와는 달리 경기장에서는 웃지도 않고 엄청 화를 낸다. 경기장에서 웃으면서 대화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경기에서는 몸을 날리면서 태클하겠다." '동생' 정대세(31·수원)가 불만(?)과 선전포고를 동시에 날렸다. '형' 차두리(35·FC서울)는 웃음으로 답했다.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대세랑 전혀 문제가 없다. 유럽에서 배운 것 중 하나가 친구라도 경기장에서는 서로 차갑게 대한다는 것이다. 경기장 안에서는 최대한 진지하게 경기에 집중하겠다. 종료 휘슬이 울리면 대세 볼이라도 한 번 쓰다듬어 주겠다. 하지만 '경기 뛰냐'고 문자 오면 답을 하지 않을 것이다."

2015년 두 번째 슈퍼매치가 '절친' 차두리와 정대세의 입담으로 시작됐다. 슈퍼매치를 이틀 앞둔 25일, 차두리와 정대세가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FC서울-수원전의 대표 얼굴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앉았다.

K리그 대표적인 '절친'의 충돌이다. 차두리와 정대세는 2011년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당시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뛰던 차두리와 독일 분데스리가 보훔에서 활약하던 정대세는 축구와 해외 생활을 매개로 금세 친해진 뒤 우정을 쌓았다. 해외에서 맺은 인연이 K리그로 이어졌다. 차두리가 정대세를 K리그로 인도했다. 그러나 운명이 얄궂다. 2013년 나란히 K리그 무대를 밟은 차두리와 정대세는 각각 K리그 최고의 라이벌 구단인 서울과 수원에 입단했다. 차두리는 서울의 방패로, 정대세는 수원의 창으로 서로를 막고 뚫어야 한다.

슈퍼매치 앞에서는 우정보다 승부가 먼저였다. 둘은 올시즌 첫 슈퍼매치를 화두로 내세워 승리를 다짐했다. 지난 4월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첫 대결에서는 수원이 5대1의 대승을 거뒀다. 차두리는 "1차전에서 큰 점수차로 패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 이후로 서울의 경기력이 좋아지면서 안정감을 찾게 됐다. 이번 슈퍼매치가 앞으로 서울의 갈 길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 홈에서 경기하기 때문에 1차전 같은 대패는 없다. 홈팬들 앞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1차전에서 2골-2도움으로 수원에 대승을 선사한 정대세는 "1차전에서 대승을 했다고 해서 이번 경기를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서울이 대패를 당했기 때문에 이를 갈 것이다. 슈퍼매치도 다른 경기와 마찬가지로 승점 3점 경기다. 특별한 경기지만 슈퍼매치라고 긴장하는 건 없다. 수원의 축구를 해야 서울을 무너뜨릴 수 있다. 준비를 제대로 하겠다"고 응수했다.

승리에 대한 생각은 평행선을 달렸지만 슈퍼매치에 대한 특별한 감정은 공통분모를 이뤘다. 독일과 스코틀랜드에서 활약했던 차두리는 "스코틀랜드에서 '올드펌 더비(셀틱-레인저스 라이벌전)'를 경험했다. 더비는 항상 치열하다. 의외의 변수도 많이 생기기 때문에 선수들이 항상 긴장해야 한다. 한국에서 세 번째 시즌을 뛰면서 슈퍼매치를 뛰고 있는데 어떤 더비와 비교해도 재미가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본과 독일에서 뛰었던 정대세도 "더비경기에는 많은 팬들이 응원을 보내니 선수들이 더 집중하고 흥분하게 된다. 슈퍼매치는 국제축구연맹(FIFA)가 인정하는 최고의 더비 중 하나다. K리그에서 가장 분위기가 좋은 더비 경기"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웃음기과 진지함이 공존하던 기자회견은 훈훈한 덕담으로 마무리됐다. "대세는 입장이나 환경이 쉽지 않은데 모든 것을 이겨내고 그라운드에서 가진걸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후배다. 배울 점이 많은 후배다." 차두리의 칭찬에 정대세도 입을 열었다. "두리형은 축구 선수로도 탁월하지만 인성과 성격도 좋아 마음속으로 존경하고 있다. 선생님 같으면서도 형님 같다." 90분간 우정을 잠시 접고 서로를 넘어야 하는 '절친' 차두리와 정대세의 승부, 2015년 두 번째 슈퍼매치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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