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2연승 반등의 숨은비결 '새벽운동'있었다

기사입력 2015-08-21 06:45


인천 진성욱(가운데)이 19일 제주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케빈 등 동료 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가슴이 뭉클했다."

인천 김도훈 감독은 최근 2경기를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인천 경기를 지켜봤다.

지난 12일 포항전에서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을 받은데 따른 2경기 출장 정지 징계 때문이다.

징계 기간이었지만 김 감독에게는 소중한 사실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 자신이 지휘하는 인천 선수들이 얼마나 절실하게 뛰는지 한눈에 관찰할 수 있었다.

그라운드 옆 벤치에서 낮은 눈높이로 볼 때와 달리 관중석 위에서 전체를 내려다보니 보이지 않았던 게 보였다고 한다. 몰랐던 일부 문제점도 발견됐지만 김 감독을 뭉클하게 한 장면이 더 많았다.

김 감독은 "끝까지 정신력으로 버티는 자세는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 지인들이 왜 인천의 경기가 다르다는 얘기를 하는지 이제 알았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인천 선수들의 플레이에 이처럼 감동하는 이유는 선수들이 최근 어떻게 달라졌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최근 3연패의 위기에서 2연승 반등에 성공한 숨은 비결이기도 하다.

김 감독의 전언에 따르면 미드필더 박세직은 요즘 동료 선수들에게 "너도 새벽운동 나와라"는 말을 자주한다.


새벽운동은 인천이 최근 하향세에 빠졌을 때 새로 생긴 체력보강책이다. 오전 7시 이전에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클럽하우스 훈련장인 승기구장(인천환경공단 승기사업소)에서 러닝을 한다.

인천은 구단 형편 때문에 승기구장 기숙사에 모든 선수를 수용할 공간이 없다. 주로 2군급 젊은 유망주나 미혼 선수들이 사용한다. 나머지 선수들은 묵을 공간이 없어서 주변 원룸이나 아파트를 월세로 얻어 출퇴근한다.

코칭스태프는 하반기 초반 침체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새벽운동을 권유했다. 오전-오후 정규 훈련이 아닌 까닭에 선수들이 굳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눈치를 주지는 않는다.

한데 최근 외부에서 출퇴근하던 주전 선수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우선 공격수 진성욱이 기숙사로 아예 짐을 챙겨들어왔다. 당분간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새벽운동부터 하루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미드필더 박세직은 새벽잠을 쪼개 달려와 새벽운동에 참가했다. 그러자 생각지도 못했던 외국인 선수 케빈까지 가세했다. 이런 긍정 바이러스가 자꾸 퍼지더니 이제는 웬만한 선수들이 새벽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단다.

공교롭게도 새벽운동에 솔선수범한 선수들이 최근 2연승의 주역이 됐다. 진성욱은 15일 전남전(2대0 승) 2골, 19일 제주전(1대0 승) 1골로 여름 사나이로 거듭났다. 박세직은 전남전에서 어시스트를 했고 제주전에서는 박세직과 케빈이 공동으로 진성욱의 결승골에 멍석을 깔았다.

김 감독은 새벽운동 효과라고 믿는다. 새벽운동이 당장 체력과 기량 향상에 큰 도움을 주어서가 아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새벽운동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항상 준비하려는 열정과 간절함이 훈련과 그라운드에서 나타난 것이라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을 항상 강조하는데 그라운드 밖에서도 이를 실천하려는 후배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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