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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특권이다. 때로는 그 무게에 짓눌려 자신의 힘을 100% 보여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권순태는 K리그 클래식이 자랑하는 골키퍼다. 신들린 선방으로 올 시즌 전북의 클래식 선두 질주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대표팀 소집 하루 전인 3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치러진 성남과의 맞대결에서도 수 차례 멋진 선방을 펼쳐 보이며 태극전사 다운 기량을 뽐냈다. 2006년 전북에 입단한 뒤 11시즌을 보낸 베테랑 골키퍼지만, 매 경기 때마다 골대 뒤 관중석을 향해 허리를 90도 숙이는 깍듯한 인사로 전북 뿐만 아니라 K리그 대부분의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훈련장에서는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동료들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끼'도 갖추고 있다.
A대표팀에서도 '끼'는 여지없이 발휘됐다. 권순태는 "사실 대표팀 소집이 확정된 뒤 엄청나게 긴장을 하고 있었다. 어제 성남전까지도 긴장이 풀리지 않아 '제대로 못 뛰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함께 대표팀에 소집된 (황)의조가 도와줘서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고 웃었다. 전날 자신과 맞대결한 황의조의 슈팅이 잇달아 자신의 손에 막힌 점을 재치있게 풀어냈다. 곁에서 권순태의 말을 듣던 황의조는 붉게 상기된 얼굴을 감추지 못하다 이내 웃음보를 떠뜨렸다. 2015년 동아시안컵에서 이미 태극마크를 경험했던 소속팀 후배 이재성(23·전북)은 "(권)순태형은 워낙 잘하는 선수인 만큼 내가 (대표팀에 대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웃었다. 권순태의 유쾌한 도전이 시작됐다.
화성=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