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1골을 터뜨리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유망주였던 케인은 단숨에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떠올랐다. 케인은 지난 시즌 토트넘이 EPL에서 기록한 58골 중 무려 36.2%를 만들어냈다. 토트넘은 부진했던 로베르토 솔다도를 방출하고, 에마누엘 아데바요르를 전력 외로 분류하고 케인 중심으로 공격진을 재편했다. 올 여름이적시장에서 토트넘의 최우선 과제는 '케인의 파트너 찾기'였다. 사이도 베라히노(웨스트브롬위치) 등이 물망에 오른 가운데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마지막 선택은 손흥민이었다. 결국 손흥민의 성공 여부는 케인과 어떤 호흡을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긍정적인 요소는 케인이 이타적인 선수라는 점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활동량이 많은 선수를 선호한다. 최전방부터 과감한 압박과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유기적인 플레이를 강조한다. 케인이 솔다도, 아데바요르 등을 제치고 두각을 나타낸 것도 이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활발한 움직임은 많은 공간을 창출해 낼 수 있다. 손흥민이 뛸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손흥민은 좁은 공간에서 세밀하게 플레이하는 것 보다 넓은 공간에서 스피드를 활용할 때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선수다. 손흥민이 도르트문트전에서 강했던 점을 떠올리면 될 듯 하다. 도르트문트는 공격을 위해 수비라인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팀이다. 뒷 공간이 넓어질 수 밖에 없다. 손흥민은 스피드를 활용해 이 뒷 공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레버쿠젠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슈테판 키슬링은 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당연히 좁은 공간에서의 움직임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레버쿠젠은 하칸 찰하노글루와 카림 벨라라비 등 기술이 좋은 선수들의 활약에 공격력이 좌우됐다. 손흥민은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자, 패스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손흥민의 100%를 끌어낼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역동적인 움직임에 퍼스트 터치와 패싱 센스까지 좋은 케인은 손흥민과 좋은 궁합을 보일 수 있는 요소를 두루 지녔다.
손흥민의 스피드와 케인의 활동량이 결합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생길 수 있다. 현재 엄청난 견제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있는 케인 입장에서는 독일과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력을 인정받은 손흥민의 가세가 천군만마다.
포체티노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의 신봉자다. 2선 공격진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한다. 일단 포체티노 감독은 사우스햄턴 시절 제이 로드리게스에게 맡겼던 '인사이드 포워드' 역할을 손흥민에게 맡길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드 포워드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득점을 노리는 유형을 포괄하는 명칭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대표적이다. 현재 토트넘에서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는 나세르 샤들리, 에릭 라멜라 등이 있다. 일단 라멜라는 인터밀란행이 유력한 상황이고, 샤들리는 경쟁보다는 공존이 유력하다. 샤들리가 현재 왼쪽 미드필더로 활약 중이지만 손흥민이 투입될 경우 오른쪽으로 위치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 중인 무사 뎀벨레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뎀벨레는 원 포지션인 중앙으로 다시 옮길 것으로 보인다. 섀도 스트라이커는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몫이다.
안드로스 타운젠드, 라이언 메이슨 등도 포지션 라이벌이지만, 3000만유로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한만큼 손흥민의 주전 여부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