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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검이 21일 K리그 B 전 사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스포츠조선은 이날 조간신문에 이 같은 사실을 단독보도했다. 프로축구계는 오전부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가뜩이나 침체된 K리그 시장이 이번 사건으로 더 깊은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사건이 '용병 비리'다. 축구계의 악습이다. 홍역을 치를 때마다 근절되길 바라지만 여전히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금도 K리그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수법은 또 달라졌다. 11년 전의 경우 외국인 선수 계약서와 지불된 금액이 달랐다. 이번에는 '업(UP) 계약서' 방식으로 선수 몸값을 부풀려 차익을 챙겼다. 선수에게는 실제 몸값을 지급하돼 부풀린 몸값을 기재해 계약하는 편법이었다. 부산지검은 수개월간의 수사 끝에 B사장과 함께 B사장의 에이전트로 오랜 세월을 보낸 C대표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업무상 횡령)다.
프로축구계는 불똥이 어디로 튈지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확전'이 되길 바라지 않고 있지만 검찰 수사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는 물음표다. B, C 구단에 대한 얘기는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에이전트 업계의 제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업 계약서'가 더 있다는 이야기다. 허투루 넘길 수도 없다. 좀처럼 물음표가 지워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관행'으로 포장되는 순간 불법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비리를 바라보는 눈은 고통스럽다. K리그 각 구단은 부피를 줄이고 있다. 예산이 깎이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절규는 이미 수 해전부터 계속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리가 터진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 돈은 축구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저연봉의 어린 선수, 유소년, 팬마케팅 등에 들어가야 할 돈이 새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K리그의 외국인 선수 수급 과정은 구단, 선수, 에이전트, 세 바퀴가 함께 굴러간다. 한 곳에서도 딴마음을 먹어서는 안된다. 어려운 형편인 만큼 시장은 더 깨끗해야 한다. 그래야 K리그는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감독과 구단이 특정 에이전트와 유착된 경우도 허다하다. '제 식구'라는 말도 있다. 구단과 에이전트는 철저하게 시장의 논리에 충실해야 한다. 현실성 떨어지는 에이전트의 수수료도 불법을 부채질하고 있다. 에이전트 수수료는 구단의 입맛에 따라 널뛰고 있다. 지난해에는 5%에서 3%로 떨어졌다. 축구 시장은 에이전트 제도가 정착돼 있다. 불법의 통로를 막으려면 수수료 또한 현실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참에 자정결의도 필요하다. 더 이상 '용병 비리'가 발붙일 곳이 없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 시간을 놓치면 제3, 4의 용병 비리는 또 터질 수밖에 없다.
프로축구연맹은 2013년에 이어 2014년 선수 연봉을 공개했다. 비난도 많았지만 투명성을 강화해야 K리그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구단의 적자 규모를 제한하는 '재정 페어플레이'(FFP·Financial Fair Play) 도입으로 구단 경영 정상화와 자립기반 구축을 뒷받침하는 작업도 이어갈 계획도 세우고 있다. 구단 의견을 수렴해 구단별 '경영공시' 도입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비리가 양산될 경우 이러한 노력들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비리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고통스럽지만 제 살도 깎을 때는 깎아야 한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