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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메시' 지소연(24)은 역시 승부사였다. 휘슬이 울린 지 7분만에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 결승골이었다. 두번의 실패는 없었다. 지소연의 첼시 레이디스가 첫 리그 우승과 첫 '더블'의 꿈을 한꺼번에 이뤘다.
지난 7월 리그 첫 맞대결에서 0대4로 완패한 '난적' 선덜랜드를 상대로, 초반부터 강력한 압박과 공세로 맞섰다. 전반 7분 왼쪽 측면에서 에니 알루코가 스타트를 끊자마자 지소연이 빛의 속도로 문전 쇄도했다. 알루코가 골문 앞으로 정확하게 떨군 킬패스를 이어받자마자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기선을 제압했다. 전광석화같은 움직임, 반박자 빠른 슈팅, 완벽한 피니시였다. 지소연은 동료들과 함께 짜릿한 세리머니로 우승을 예감했다. 영국 프로축구협회(PFA) 선수들이 선택한 '올해의 여자선수'라는 수식어가 어김없이 따라붙었다. 지소연의 선제골 직후 BT스포츠 중계 카메라는 관중석의 존 테리를 비췄다. '첼시 레전드' 테리가 여자축구 첼시 레이디스의 '빅팬'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전반 36분 선덜랜드 윌리엄스의 노려찬 볼이 왼쪽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전반 40분 알루코가, 전반 42분 지소연이 야심차게 시도한 중거리 슈팅이 오른쪽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지소연은 지난달 28일 리버풀 원정에서 멀티 축포를 쏘아올리며, 4대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도 이날 전반 7분만에 선제 결승골,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4대0 대승의 시작점이 됐다. 지소연은 지난 8월1일 윔블리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여자 FA컵 노츠카운티와의 결승전에서도 선제 결승골을 밀어넣으며 1대0 승리와 함께, 첼시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끌었다. 우승을 결정짓는 무대에서 결승골은 언제나 지소연의 발끝에서 나왔다. 큰무대에 강한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첼시 10번의 존재감을 뽐내며 첼시의 정규리그 사상 첫 우승, 사상 첫 더블의 역사를 썼다.
지소연은 고베 아이낙에서 일본리그를 3연패한 데 이어 잉글랜드 진출 2년만에 리그 우승의 꿈을 이뤘다. 2004년 첼시 구단에 편입됐고, 2011시즌 WSL이 8개구단 체제로 출범한 후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첼시 레이디스가 지난해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소연의 '우승 DNA'에 힘입어 창단 첫 우승의 대업을 가뿐히 이뤄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