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제주 감독, 김도훈 인천 감독, 노상래 전남 감독(이상 45)은 동갑내기 '절친'이다.
이들은 최문식 대전 감독, 정재권 한양대 감독, 김인완 18세 이하 대표팀 코치 등이 함께 속한 1970년생 개띠 축구인의 모임 '견우회' 회원이다. 1년에 1~2번 정기모임을 갖는 이들은 모바일 커뮤니티 등을 통해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올 시즌 나란히 K리그 데뷔한 '절친' 초보 감독 삼총사는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고비를 넘었다. 때로는 서로를 공격하는 살벌한 문자를 보내며 웃었고, 때로는 패배한 친구를 위로했다.
하지만 묘한 운명이 이들의 우정을 가로 막았다.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스플릿을 앞둔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가 열린 4일. 이들 삼총사는 나란히 사선에 섰다. 단 한장의 그룹A행 티켓을 두고 인천, 제주, 전남이 경합을 벌였다. 함께 웃을 수는 없었다. 친구를 넘어뜨려야 내가 살 수 있는 게임이었다. 어쩔 수 없이 연락을 끊었다. 조 감독은 "일절 통화를 하지 않았다. 서로 경쟁상대가 되면서 연락을 하지 않은지 좀 됐다"고 했다. 미묘한 시기, 미묘한 분위기 속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치열한 스플릿 전쟁, 극적인 드라마가 쓰여졌다. 신은 조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김 감독은 눈물을 쏟았다. 패배한 김 감독의 유일한 위안도 친구와 다시 연락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왠지 불편할 것 같아서 친한 친구인 조 감독에게 그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전화를 걸 수 있어서 좋다. 축하한다고 전하고 싶다. 오늘 일정이 끝나면 꼭 연락하겠다"고 했다.
기쁜 조 감독도 완전히 편하지만은 않았다. 김 감독이 눈물을 보였다고 하자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인천을 꺾는 결승골을 터뜨리며 제주의 극적인 그룹A행을 만들어 준 황의조(성남)에게 '선물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 섞인 질문을 던지자 "그건 친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선을 그엇다. 밤이 되자 김 감독과 노 감독이 조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축하한다." "고맙다. 나중에 소주 한 잔 살게." 길지 않은 통화였지만 서로의 진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치열한 경쟁이 가로막은 우정은 더욱 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