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파렴치한을 오간 벤제마의 두 얼굴

최종수정 2015-12-14 02:27

비디오 스캔들 협박사건의 피해자 마티외 발부에나(왼쪽)와 유력 용의자 카림 벤제마(오른쪽) ⓒAFPBBNews = News1

야누스의 얼굴이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 공격수 카림 벤제마(28)가 지난달 6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검찰에 전격 기소됐다. 프랑스대표팀 동료 마티외 발부에나(31·리옹)를 '비디오 스캔들'로 협박한 혐의다. 당시 벤제마는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주동자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발부에나 역시 "오랜 친구인 벤제마를 믿는다"며 신뢰를 보였다.

다소 씁쓸하지만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던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달 10일 프랑스 라디오 방송 유럽1이 벤제마와 사건의 주동자이자 벤제마의 오랜 친구인 카림 제나티가 나눈 통화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통화내용에서 벤제마는 제나티에게 "(발부에나에게) 비디오를 없애고 싶다면 리옹에 있는 내 친구(제나티)를 만나라. 그 친구가 너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벤제마가 즉각 반박했다. 벤제마는 "통화내용을 불법으로 공개한 유럽1을 법적으로 고소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론은 벤제마를 믿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프랑스 유력 스포츠전문지 레퀴프가 가세하면서 분위기가 기울었다. 지난달 12일 레퀴프가 벤제마-제나티 통화내용 전문을 공개했다. 레퀴프가 공개한 통화내용에서 벤제마는 제나티에게 "발부에나는 나를 믿고 있다. 내가 정말 자신을 위해 말해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발부에나에게 절대 다른 사람에게 이 사안을 말하지 말라고 입단속을 했다"면서 "발부에나는 지금 겁에 질려있다"고 상세히 보고했다. 당초 자신은 주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던 벤제마였다. 하지만 통화내용 속 벤제마는 주도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모습이었다.

그동안 벤제마를 믿었던 발부에나는 "벤제마의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격분했다.

파장은 일파만파 번졌다. 지난 1일 마누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벤제마는 프랑스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 파렴치한 행동을 저지른 벤제마가 프랑스대표팀에 이름 올려선 안 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벤제마는 지난 3일 프랑스 방송채널 텔레풋1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죄를 짓지 않았다. 발부에나를 협박한 사실이 없다. 정말 억울한 일"이라며 자신을 변호했다.

벤제마의 읍소에도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프랑스 방송채널 BFMTV가 만 18세 이상 프랑스인 92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2%가 벤제마의 프랑스대표팀 제명에 찬성했다. 프랑스축구협회는 거세게 불거진 반(反) 벤제마 여론을 의식, 지난 11일 벤제마의 대표팀 임시제명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벤제마는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5일 벌어진 헤타페와의 2015~2016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4라운드(4대1 레알 승)에서 2골을 터뜨렸다.

이어 8일 열린 말뫼와의 2015~2016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A조 6라운드(8대0 레알 승)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 경기에서의 활약으로 벤제마는 영국 공영방송 BBC가 꼽은 챔피언스리그 이주의 팀 공격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벤제마는 기량과 도덕성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을 보여준 표본이 됐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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