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대표할만한 수비수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주축 수비수로 활약했다.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행의 일등공신이었다. 한국이 가졌던 4경기 모두 풀타임 출전했다. 탁월한 위치 선정과 성실한 플레이로 수비진을 이끌었다. 한국과 16강에서 맞붙었던 우루과이의 주포 디에고 포를란은 경기 후 "한국 선수 가운데 조용형이 가장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조용형은 월드컵이 끝난 뒤 카타르로 진출했다. 알 라얀과 알 샤말에서 4시즌을 보낸 그는 올해 중국의 스좌장으로 이적했다. 중동과 중국에서도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받았다.
다만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 조용한 성격 때문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이끈 후 각종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그때마다 그는 "내가 이룬 것이 아니라 팀 전체가 이룬 쾌거"라며 거절했다.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이 컸다. 이후 조용형은 점차 잊혀져 갔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과 2012년 스페인과의 A매치를 끝으로 태극마크와 인연도 끊겼다.
이런 조용형을 29일 인천에서 만났다. 조용형은 중동과 중국을 동시에 경험한 몇 안되는 현역 축구 선수다. 그가 직접 경험한 중동과 중국 축구 그리고 그 사이 끼인 한국 축구의 미래를 들었다.
조용형은 중동과 중국 축구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물론 두 나라의 축구 수준은 낮다. 하지만 수비수로서는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중동이나 중국 모두 돈을 앞세워 세계적인 선수들을 데려오고 있다. 수비수의 입장에서는 흔치 않은 경험이다. TV에서만 보던 선수들을 맞상대할 때는 너무나 짜릿했다. 개인적으로 그들을 상대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젊은 수비수들이라면 분명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용형은 카타르에서 라울이나 주니뉴 페르남부카누 등을 맞상대 했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스좌장의 수비라인을 이끌면서 스타들을 많이 만났다. 아사모아 기안(상하이 상강)이나 팀 케이힐(상하이 선화) 등과 대결했다. 팀에서는 아이두르 구드욘센(아이슬란드)과 한솥밥을 먹었다. 조용형은 "다들 대단한 선수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주니뉴가 인상적이었다. 주니뉴의 킥은 수비수로서 큰 부담이 됐다. 그 덕분에 이제는 날카로운 킥에 대한 대처능력이 좋아졌다"고 웃었다.
최근 K리그의 스타 선수들이 중국과 중동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용형은 당부의 말을 했다. 그는 "프로 선수는 돈으로 말한다. 중국이나 중동에 한국 선수들이 많이 진출하는 것은 그만큼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다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중동이나 중국 모두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특히 세계적인 선수들이 비교 대상이다. 그들에 비해 조금만 못하면 바로 방출된다. 그들은 방출에 뒤따르는 위약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분명 한국과는 다른 환경이다. 다른 선수들 대부분 개인주의적이다"고 말하는 조용형은 "처음에는 힘들 수 밖에 없다. 착실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용형에게는 두 가지 꿈이 있다. 하나는 K리그 복귀다. "선수 생활의 마무리는 K리그에서 하고 싶다"고 말한 그는 "오랜 외국 생활로 인해 얻게 된 노하우를 어린 선수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했다. 두번째는 대표팀이다. 조용형은 "프로 선수라면 대표팀에 대한 꿈을 버려서는 안된다. 물론 많이 멀어지기는 했지만 항상 대표팀을 생각하면서 운동하고 있다. 내 자리에서 최선의 결과를 보여준다면 나라의 부름을 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인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