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김신욱 보내고 '명가재건' 어떻게?

최종수정 2016-02-01 21:28

ⓒAFPBBNews = News1

'차'만 떼는 줄 알았더니 '포'까지 뗄 판이다.

'명가재건'을 부르짖던 울산 현대의 현실이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국가대표 수문장인 김승규를 일본 J리그 빗셀고베로 이적시킬 때만 해도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간판 공격수이자 팀 전력의 핵심인 김신욱마저 전북 현대행이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올 시즌 전망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당초 울산은 전북, FC서울의 양강체제를 위협할 팀으로 꼽혔다. 양동현을 포항으로 떠나보낸 뒤 '슈틸리케호의 황태자' 이정협을 부산에서 임대해 오면서 '신 더블타워'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2선에는 기존 코바에 김인성 서명원, 브라질 출신 공격수 베르나르도까지 합류하며 무게감을 더했다. 왼쪽 측면에도 이기제가 보강되면서 오른쪽 측면의 김태환과 함께 공격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김신욱이 전북으로 떠나게 되면서 '더블타워 전략'은 해체됐다.

윤 감독과 울산은 김신욱의 빈 자리를 외국인 공격수로 채운다는 방침이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낮선 환경과 문화, 선수단 분위기 및 경기 스타일에 적응하는데 3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김신욱을 내보내는 울산은 당장 내달 클래식 일정에 돌입한다. 리그 초반 전북, 전남, 제주 등 만만찮은 상대들과 만나야 하는 울산 입장에서 외국인 공격수가 제몫을 해주지 못하면 이정협이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지난해 전반기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던 울산은 후반기부터 김신욱의 포스트 플레이를 앞세운 공격으로 무패 가도를 달렸다. 2일부터 시작되는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에서 감바 오사카, 우라와 레즈(이상 일본) 등 수준급 팀과의 맞대결을 통해 김신욱을 배제한 전략을 시험할 참이다. 하지만 그동안 승부처에서 돌파구를 만들어 왔던 김신욱 없는 울산의 공격 전략이 제대로 통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 코바를 제외한 울산 공격진 전원이 새 얼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직력 문제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

경기 외적인 타격은 더 크다. 울산은 지난해까지 김신욱-김승규를 앞세운 프로모션으로 팬심을 끌어 모았다.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두 선수 역시 지역 마케팅에 솔선수범하면서 사랑을 받았다. 김신욱 이적 소식은 참아왔던 팬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울산 구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포털사이트 축구 커뮤니티에선 김신욱 이적을 성토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일부 과격 팬들은 '내달 20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울산-전북 간의 클래식 2라운드에서 김신욱 응원 걸개를 불태우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구단 입장에서도 김신욱 중심이었던 팀 분위기에서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매 시즌 이적설이 흘러 나오는 김신욱을 안고 가는 불확실성도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 (김신욱 이적에 의한 비난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울산이 김신욱을 내보낸 결정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33번째 시즌 정상에서 포효하겠다던 푸른 호랑이들의 울림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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