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전술 미리보기]②전술, 숫자놀음 아닌 철학이다

기사입력 2016-02-15 18:26


◇노상래 감독이 16일 광양 연습구장에서 가진 한양대와의 연습경기에서 전반전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 광양=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3-4-3이나 4-4-2 등 포메이션에 왜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축구에서 포메이션은 공을 잡고 있을 때와 잡고 있지 않을 때, 두가지로 나뉜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자서전에 남긴 말이다.

전술의 형태를 가늠하는 '숫자'는 해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다. 11명의 선수를 그라운드에 표현하는 형태는 단순한 숫자 놀음이라는 의견도 있다. 히딩크 감독 뿐만 아니라 국내 지도자들 중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표한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숫자' 안에는 단순한 형태 만이 아닌 전술의 뼈대가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

포백(4-Back)은 포메이션이 현대 축구에 정립된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가장 널리 쓰여온 수비 전술이다. 4명의 수비수들이 좌우, 중앙을 분할해 지역방어를 하면서도 상대 공격 형태에 따라 대인마크를 수반하는 형식이다. A대표팀 역시 한-일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스리백(3-Back)을 졸업하고 포백으로 전환했다. 포백의 핵심은 '중앙'이다. 좌우 측면 수비수들은 상대 측면 공격 방어 뿐만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볼란치)와의 연계 하에 대인마크를 주로 수행한다. '센터백'으로 불리는 중앙 수비수들은 상대 원톱 내지 투톱 봉쇄 및 수비에서 공격을 만들어가는 빌드업(Build up)이나 수비 시 오프사이드 트랩 등 '가운데 자리'에 초점을 맞추고 움직인다. 2명의 센터백이 모두 한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 체격을 바탕으로 제공권이나 페널티박스 장악력이 좋은 수비수 한 명이 서고 빠른 발을 갖춰 상대 뒷공간 공략을 차단하면서 때에 따라서는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하는 수비수가 포진하는 게 기본적인 형태다.

포백과 함께 널리 쓰이는 스리백은 측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형태다. 포백에 비해 중앙 수비가 한 명 더 늘어나는 반면 좌우 측면에는 보다 전진된 형태의 '윙백'이 포진한다. 수비시에는 스리백에서 대인마크 소화가 가능한 만큼 윙백들은 측면에서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지만 언제든 오버래핑을 통해 상대진영 측면을 뚫어야 한다. 공수 양면을 두루 커버해야 하는 만큼 체력소모는 배 이상 커지지만 완벽한 조직력이 발휘되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 체제에서 세리에A를 석권했던 유벤투스와 2014년 브라질월드컵 3위에 오른 네덜란드 대표팀이 근래 가장 스리백을 잘 활용한 팀들로 꼽힌다.

미드필드 라인 앞뒤에 자주 붙는 숫자가 주는 의미도 상당하다. 수비수에 이어 붙는 '1' 또는 '2'는 수비형 미드필더인 '볼란치'의 형태를 뜻한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한 명일 때는 통상 2명이 중앙에 전진 포진하는 만큼 공격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수비형 미드필더가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을 주도하는 패스력까지 갖춰야 해 부담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더블 볼란치'로 불리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중앙에서 1차적 수비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수비라인과 조율 속에 대인마크 또는 공간 커버에 나서야 한다.

흔히 '섀도 스트라이커'로 불리는 1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수 년 전까지만 해도 2선에서 최전방에 패스를 연결하는데 보다 무게가 실린 '플레이메이커'의 역할 수행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짜 9번'으로 불리는 전방위 원톱 뿐만 아니라 좌우 측면 공격수와의 위치변화를 통해 언제든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로톱' 역할도 맡아야 한다.

'숫자'는 팀 전술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전술을 가장 쉽게 이해하는 척도다. 다만 그 배치에 따라 색깔은 천차만별이 될 수도 있는 '철학'이 숨어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